트럭 시위와 게임 산업 진흥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게임을 제공하고 운영하는 회사를 게임 회사라 하고, 그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를 유저라고 한다. 이 관계를 봤을 때, 서비스의 사용자인 유저가 갑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특히 ‘라스트 오브 어스’, ‘젤다의 전설’과 같이 완성된 게임을 그저 사서 플레이하는 콘솔 및 스팀형 게임이 아닌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운영형 게임은 오히려 유저보다 업계가 갑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해서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의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먼저, 게임사의 일방적인 운영에 유저들이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어지간한 사건에는 쉽게 결집하지 않는다는 유저들의 결속력이 있다. 두 번째 이유로는 게임 내의 문제들은 유저들을 제외한 사람들에게 공론화되지 않는 현실이다. 아직도 게임에 대한 시선은 좋지 않고, 이와 관련된 문제들이 터져도 그냥 게임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이 많다. 이 두 이유로 게임사들은 자신들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저들을 상대로 갑질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비정상적인 구조는 2021년 서서히 무너지려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2021년 1월, 넷마블 트럭 시위로 시작된 여러 사건과 유저의 결집, 그리고 유저들의 회사에 대한 불신이 그 예시이다.

 첫 번째 사건은 국내 기업 넷마블이 퍼블리싱(publishing: 게임의 배급)하는 해외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이하 페그오)에서 일어났다. 페그오는 일본에서 크게 유행하는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IP(지적 재산권)를 이용해 만든 모바일 게임으로,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여러 번 할 정도로 유저들의 충성도가 높은 게임이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넷마블이 퍼블리싱하는 한국 페그오 또한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유료결제금액 3위까지 했을 정도로 매출이 상위에 속했다. 하지만 2021년 1월 초, 넷마블이 매년 하던 신년 기념 스타트 대쉬 이벤트를 돌연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이벤트는 현금 가치 약 21만 원에 해당하는 게임 내 재화를 출석하는 모든 유저에게 주는 이벤트로, 보상의 규모가 상당히 큰 출석 이벤트에 해당한다. 본래 스타트 대쉬 이벤트의 취지는 신규 및 복귀 유저들에게 기존 유저와의 격차를 좁혀주는 것이다. 따라서 넷마블은 이 이벤트에서 기존 유저에게도 보상을 주는 것은 이벤트의 취지에 맞지 않아, 이벤트가 중단되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타 국가 및 일본에서도 이 이벤트의 대상은 신규 및 복귀 유저에 국한되므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페그오 유저들은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줬던 스타트 대쉬 이벤트 보상을 주지 않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라 주장했다. 타 국가에서 진행하는 다른 여러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은 한국 페그오 특성상, 신년 스타트 대쉬 이벤트를 모든 유저에게 지급하는 것이 일종의 보상이었다는 주장이다. 이 두 주장은 계속 평행선을 그리며 이어지다, 결국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다고 느낀 한국 페그오 유저들은 모금을 통해 전광판이 달린 트럭을 사서 넷마블 본사에 보냈고, 이는 일명 ‘넷마블 트럭 시위’라고 불리며 이슈가 되었다.

 두 번째 사건은 메이플스토리(이하 메이플)에서 일어났다. 메이플은 국내 게임 회사 넥슨에서 운영하는 게임으로, 20년간 장수한 RPG 게임이다. 메이플에서는 다양한 캐릭터 성장 방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환생의 불꽃’ 아이템을 통해 무기와 장비의 추가옵션을 자신의 캐릭터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다. 추가옵션이란, 무기와 장비에 포함된 여러 효과를 의미한다. 이 추가옵션을 유리하게 조정하는 것은 고스펙의 유저(캐릭터의 능력치가 매우 높은 유저)일수록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의 캐릭터에 어울리는 옵션을 띄우기 위해 많은 돈을 쓰기도 한다. 문제의 발단은 이 환생의 불꽃의 설명에 명시되어 있던 ‘추가옵션이 무작위로 재설정 된다’는 말이었다. 2021년 2월 18일, 넥슨은 환생의 불꽃으로 재설정되는 추가옵션의 확률이 동등한 확률을 가지도록 바꾸었다고 공지한다. 이를 본 유저들은 도입된 지 약 10년이 지난 이 시스템의 확률이 동등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페그오에 비해 유저의 수가 월등히 많았던 메이플에서는 이 사건이 크게 이슈가 되었고, 유저들은 가장 큰 피해를 본 고스펙 유저들을 중심으로 넥슨에 해명을 요구했다. 또한, 한 달 전에 있었던 넷마블 트럭 시위를 따라 넥슨에도 트럭을 보내며 시위를 했다. 이에 넥슨은 2년간 사용했던 환생의 불꽃을 모두 돌려주고, 기타 여러 보상안을 내놓으며 유저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이미 확률의 변동 패치로 인해 최고스펙 아이템들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고스펙 유저들의 이탈로 인해 아이템의 시세가 40~50%가량 떨어졌다. 이에 넥슨은 추가로 4월 11일 유저와의 간담회를 열겠다고 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메이플을 버리고 다른 게임으로 떠난 유저들을 칭하는 ‘메난민’(메이플+난민)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며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간담회 이후 한 유튜버가 진행한 간담회에 대한 평가 투표에서는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았다는 의견이 41%로 1위, 불만족스러우며 복귀 의사가 없다는 의견이 38%로 2위를 차지했다. 그 외에도 어느 정도 선방했다는 의견이 17%, 매우 만족했다는 의견이 4%를 차지했다. 실제로 4월 15일 메이플스토리 테스트 서버에서 간담회에서 지적된 많은 문제가 어느 정도 수정되었고, 기존 유저들이 더 빠져나가는 현상은 막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세 번째 사건은 2020년 12월 국회에서 발의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게임법 개정안)에 대한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의견서에서 일어났다. 게임법 개정안이란, 2006년 바다이야기의 지나친 사행성으로 인해 이를 급하게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법이 15년이 지난 지금의 게임들에는 효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만들어진 개정안이다. 게임법 개정안에서 가장 크게 변한 두 가지는 먼저 ‘사행성 게임’에 대한 범위의 확장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의이다. 사행성 게임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많은 게임이 사행성 게임을 규제하는 법에 갇히게 되었고,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의무에 따라 각종 확률형 아이템들의 확률을 공개하게 되었다. 이 법안의 규제가 너무 과하다고 판단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021년 2월 15일, 게임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이 의견서의 내용을 본 유저들은 또다시 분개했다. 의견서에는 현재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변동확률’을 가지고 있어 게임 진행 상태에 따라 그 확률이 항상 변동된다고 쓰여 있다. 변동확률이라는 말을 본 유저들은 게임사들이 사실상 실시간으로 게임 내 확률을 조작한다는 것 아니냐며 크게 분노했고, 이 의견서는 몇 시간 되지 않아 바로 수정되었다. 하지만 이미 변동확률의 존재를 스스로 인정한 게임사들에 유저들은 심증으로만 있던 확률 조작을 직접 인정한 것이라며 게임사에 더는 신뢰를 줄 수 없다고 했다.

  이 이외에도 ‘마비노기’라는 게임의 여러 문제로 인해 발생한 마비노기 간담회, 운영진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NC소프트의 게임 ‘리니지M’의 서버 롤백 사건 등, 많은 일이 2021년 게임 업계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이슈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는 각 게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본인이 하는 게임이 아닌 이상 별로 관심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트럭 시위를 시작으로 게임사들에게 무시당하는 유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유저들이 각종 확률형 아이템들의 확률 문제와 소통이 없는 게임사들에게 대항해 결집하기 시작했다. 한 유투버는 게임 업계처럼 자신의 고객을 하대하는 업계는 없다며, 이런 관계가 청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루빨리 이런 게임 업계의 분위기가 바뀌고, 회사와 유저 간의 신뢰가 회복되길 바란다.

 

 

사진 출처

그림 1 온라인 커뮤니티

그림 2 서울와이어 김상준 기자

그림 3 유튜버 '진격캐넌'

그림 4 뉴스웨이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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