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영화 <왓치맨>,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언브레이커블>, <23 아이덴티티>의 내용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작년 4월,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마블)가 <어벤져스 : 엔드 게임>을 통해 <아이언맨>부터 11년을 이어져 온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작품들을 나온 시기에 따라 ‘페이즈’라는 단어를 통해 크게 나누고, 페이즈가 진행됨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그려냈던 마블에게 <어벤져스 : 엔드 게임>은 페이즈 1부터 페이즈 3까지 이어진 ‘인피니티 사가’ 의 끝인 동시에 페이즈 4의 시작을 암시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어벤져스 : 엔드 게임>이 <아바타>가 가지고 있던 전세계 박스오피스 기록을 경신하고, 사람들이 여전히 여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던 2019년 7월, 페이즈 3의 마지막 영화인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과 함께 마블은 페이즈 4의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페이즈 4는 <블랙 위도우>를 시작으로, 기존 캐릭터와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영화와 드라마들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터널스>에 마동석 배우가 캐스팅된 사실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영화계라고 해서 2020년을 덮친 COVID-19 바이러스를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2020년 4월 개봉이 예정되었던 페이즈 4의 첫 작품 <블랙 위도우>의 개봉일이 두 번째 작품 <이터널스>의 기존 개봉일인 2020년 10월로 연기되면서, 모든 작품들의 개봉일정이 뒤로 밀리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전염병 상황에 따라 더 연기될 가능성도 있고, 심지어 10월 개봉만 정해졌을 뿐, 정확한 개봉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많은 마블 팬들은 이러한 상황이 끝나고, 예전처럼 극장에서 마블 영화를 보게 될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가 기대하는 슈퍼히어로 영화들의 극장 개봉을 기다리는 동안 볼만한 다양하고 특색 있는 슈퍼히어로 영화들을 소개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슈퍼히어로 영화란 무엇인가?

  본격적으로 영화를 소개하기 앞서, 슈퍼히어로 영화라는 장르에 대해 잠시 살펴보고 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슈퍼히어로 영화란, 말 그대로 슈퍼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입니다. 슈퍼히어로가 초인적인 힘을 지닌 영웅을 뜻하는 말이니, 슈퍼히어로 영화란 초인적인 힘을 지닌 영웅이 어떠한 위협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 주가 되는 영화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흔히들 슈퍼히어로 영화라고 하면 위에서 언급했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떠올리거나, 배트맨, 슈퍼맨 등이 있는 DC 시네마틱 유니버스, 또는 약 3년만에 개봉한 <뉴 뮤턴트>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 20세기 폭스사의 엑스맨 유니버스 등을 떠올리겠지만 사실은 더 다양한 작품들이 슈퍼히어로 영화라는 장르 안에 들어갑니다. 올해 6월 모의고사에 지문으로도 출제되었던 <전우치>나, 짐 캐리 배우가 주연을 맡았던 <마스크>처럼 원작이 있는 경우도 있고, <염력>처럼 아예 새롭게 만들어진 영화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마블, DC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들이나, <다크 나이트> 3부작과 <조커>같이 다양하게 인정받은 작품들을 다시 언급하기보다는, 알려지지 않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 위주로 소개할 예정이고, 많은 사람들이 본 영화이더라도 새로운 시도 면에서 주목 받을 만한 작품을 소개할 것입니다.

 

20세기 폭스와 엑스맨

  처음 소개할 영화는 20세기 폭스사에서 만든 <데드풀>과 <로건>입니다. 이미 많은 분 들이 보셨을 영화이기도 하고, <로건>의 경우는 히어로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메인 시상 부문인 각색상 후보에까지 오른 영화로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줄거리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20세기 폭스사가 만들었던 엑스맨 유니버스의 영화들은 슈퍼히어로 영화라는 장르를 다양한 다른 장르들과 결합한 것이 특징입니다.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들에서도 많이 쓰인 시간 여행 소재가 쓰인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부터, R등급(우리나라 분류 기준으로는 청소년 관람불가) 히어로 영화라는 파격적인 시도를 한 <데드풀>, 서부극풍의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로건>, 공포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뉴 뮤턴트>까지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실패한 영화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도가 좋은 평을 들었고, 이후에 나오는 <베놈>, <닥터 스트레인지 2> 등의 영화들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데드풀>의 경우는 R등급 히어로 영화의 가능성을 보였고, 이 가능성이 <로건>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두 영화를 모두 봤고, 엑스맨이라는 히어로에 대해 관심이 생긴다면 초기에 ‘넷플릭스의 엑스맨’으로 홍보되었던 <엄브렐러 아카데미>라거나,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던 다른 엑스맨의 일원의 이야기인 <리전>도 추천드립니다. <리전>의 경우는 심리학 이론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왓치맨

  앞서 <데드풀>을 R등급 히어로 영화의 시작인 것처럼 소개하였지만, 사실 R등급 히어로 영화의 출발점은 <데드풀>보다 훨씬 이전에 있습니다. <블레이드> 시리즈라던가, <킥 애스>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 영화들도 좋은 평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R등급 히어로 영화를 꼽자면 <왓치맨>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DC 코믹스에서 나온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왓치맨>은 원작의 분량이 워낙 방대한 탓에 극장판 개봉 당시에는 영상과 액션을 칭찬하는 호평과 줄거리가 잘려나간 점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혹평이 공존했지만, 삭제된 장면을 추가한 감독판이 공개되고 나서는 호평이 확실히 늘어났습니다. 1970년대 국민들을 지키기 위한 히어로 집단이었던 ‘왓치맨’이 해체된 후, 1980년대 ‘왓치맨’의 구성원이었던 ‘코미디언’이 살해된 채로 발견됩니다. 역시 ‘왓치맨’의 구성원이었던 ‘로어셰크’는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 이전 ‘왓치맨’의 구성원들을 다시 모아보려고 합니다. 히어로 집단의 이름이 ‘왓치맨’, 즉 감시자인 것은, 영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감시자들은 누가 감시하는가?’를 더 잘 드러내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캐릭터 ‘닥터 맨해튼’은 말 그대로 신적인 능력을 가진 히어로이며, 사람들을 지켜줄 완벽한 감시자이지만, 어떠한 참사에도 방관할 뿐입니다.

  말 그대로 방관에 가까운 히어로들의 태도 때문에, 영화 자체는 어둡고 약간은 무기력한 분위기입니다. R등급답게 잔인한 장면이 많다는 점도 어두운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심지어 영화의 끝부분에서는 악당의 계획이 이미 실현되었음을 보여주면서 무기력함이 극에 달하는데, 여기에 원작에서부터 이어지는 복선과 비유 위주의 이야기 진행이 합쳐지면 영화 자체가 어렵고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화려한 영상과 액션을 바탕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기에 지루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을 것입니다. 또, 명장면으로 꼽히는 마지막 부분 장면은 나름대로 주제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원작의 맛을 잘 살려냈지만 결말 부분을 통해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원작이 더 와 닿는다는 말이 있는 만큼, 영화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원작 만화를 찾아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입니다. 또, 원작의 뒷이야기를 그려낸 드라마 <왓치맨>도 있습니다. 히어로 영화는 아니지만 <왓치맨> 원작 작가가 그린 다른 만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역시 추천할 만 합니다. 비록 원작자는 <브이 포 벤데타>와 <왓치맨> 영화화의 결과물에 대해 강한 반발을 드러냈지만 말이지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이번에는 히어로 영화의 시작점으로 돌아가보도록 합시다. 옛날의 히어로 영화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OST를 가지고 있는 <슈퍼맨>이 있겠고, 그보다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배트맨>, <배트맨과 로빈>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실사 영화는 존재하지 않지만, 이러한 영화들의 선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들이 있습니다. 결국 현재의 히어로 영화들의 출발점은 애니메이션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았던 옛날에 슈퍼히어로들의 초능력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현재의 파워레인저 같은 모습의 영상들을 거쳐 현재의 히어로 영화까지 도착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옛날의 애니메이션 히어로 영화들은 실사 영화에 밀려 수가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사 영화들이 완전히 자리 잡은 2018년, 아무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애니메이션 영화 하나가 히어로 영화의 판도를 크게 흔들었습니다. 바로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입니다.

  이 영화와 다른 애니메이션 히어로 영화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만화를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화면 구성입니다. 움직임이 있는 장면에서 효과음을 텍스트로 넣어준다거나, 말풍선이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용 진행 역시 영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지금의 애니메이션들과 다르게 만화로서의 느낌이 더 강합니다. 힙합 위주로 구성된 OST 역시 영화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평이 많았고, 이 OST들은 주인공 ‘마일스 모랄레스’의 캐릭터를 더 효과적으로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원작 만화 속에서 활동한 스파이더맨은 우리가 영화 속에서 본 스파이더맨 외에도 다양하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영화 속의 스파이더맨은 첫 번째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의 모습입니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는 ‘피터 파커’가 아닌 ‘마일스 모랄레스’의 스파이더맨을 주인공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스파이더맨과 이 영화 속의 주인공의 모습은 슈트, 인종, 가족 관계 등 모든 것이 다릅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파이더맨들이 영화 속에 나오게 됩니다. 영화 속 악역인 킹핀이 연 차원문 때문에 한 곳에 모인 각기 다른 세계의 여섯 스파이더맨이 본인의 세계를 구하기 위해 싸우게 됩니다.

  기존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좋아하셨던 분이나, 외국의 코믹스라고 불리는 만화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정말 좋아하실 만한 작품이고, 관심이 없던 분이더라도 특유의 영상미와 음악에 집중한다면 재미있게 보실 만한 작품입니다. 슈퍼히어로를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와 색깔이 비슷한 영화는 아직 없습니다. 2편 제작 계획은 세워졌지만, 개봉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습니다. 다만, 이미 2편까지 나온 <인크레더블>이나, 마블 만화 원작의 <빅 히어로> 등 디즈니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히어로 영화들과 차이점이 큰 만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이스트레일 177 트릴로지

  지금까지 소개 드린 영화들은 줄거리, 등장 인물, 영화의 형식 등 많은 부분이 다르지만, 거의 모든 영화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히어로 영화들은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만화사에서 나온 만화를 원작으로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온전히 어느 한 감독의 머릿속에서 나온 히어로 영화 3부작을 소개하고 글을 마칠까 합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반전 스토리 위주의 영화를 많이 만들던 감독입니다. 대표작이라면 반전 영화의 대명사 격인 <식스 센스>를 꼽을 수 있고, 그 다음으로 어떤 충격에도 상처를 입지 않는 남자의 이야기인 <언브레이커블>이 있습니다. 비록 <레이디 인 더 워터>나 <라스트 에어밴더> 같은 영화사에 남을 최악의 작품들을 내며 몰락하는 듯 했지만, 공포영화 <더 비지트>를 통해 간신히 평을 반전시킵니다. 이미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떨어진 2017년, <23 아이덴티티>라는 영화가 개봉합니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재미있게 보았겠지만, 몇 가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을 것 입니다. 초중반까지는 단순한 스릴러 영화처럼 진행되던 영화가, 후반에 악역의 새로운 인격이 깨어남과 동시에, 인간의 신체 능력을 초월한 모습을 보이며 위화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설정이 말은 안되지만 스릴러 영화로서 재미있었다는 평으로 끝났을 영화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엄청난 반전을 선보입니다. <언브레이커블>의 주인공으로, 어떠한 충격을 받아도 죽지 않는 능력을 지닌 ‘데이비드 던’이 등장하여, 일반적인 세계관이 아닌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슈퍼히어로들이 살고 있는 세계관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23 아이덴티티>가 <언브레이커블>의 후속작인 것을 보여주고, <23 아이덴티티>의 후속작까지 암시하며 영화가 끝나게 됩니다. 이렇게 히어로 영화라는 소재는 유치하지 않냐는 평을 듣던 영화와 설정 구멍이 너무 커 메꿀 수 없어 보였던 영화는 17년의 간격을 둔 새로운 히어로 영화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현재는 후속작 <더 글래스>까지 세 편의 영화가 나왔으며, 세계관 속 모든 사건의 시작점이었던 기차 '이스트레일 177편'의 이름을 따서 '이스트레일 177 트릴로지' 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작품이었던 <더 글래스>에서 후속작 예고가 있었던 만큼 이 세계관이 얼마나 더 이어나갈지 기대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히어로 영화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쉽게도 분량 문제 때문에 소개하지 못하였거나, 좀 더 접해보지 못했을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빠진 영화들도 있습니다. 전자는 <콘스탄틴>, 후자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같은 영화가 있겠네요. 흔히들 히어로 영화라고 하면 큰 개성 없이 히어로가 악당과 싸워 이기는 내용을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난 영화들 위주로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영향으로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기 어려운 요즘, 집에서 히어로 영화를 보면서 바라던 영화의 개봉을 기다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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