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의 교수자 언행 문제는 종종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곤 한다. 특히 발언에 대한 이슈가 많은데, 올해에도 한 대학 교수의 위안부 관련 발언이 매체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다. 그런데 이런 발언 문제는 비단 타 대학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춘천교육대학교(이하 ‘춘천교대’)에서도 지난 10월, 교수자가 수업 중에 동성애 관련 발언을 했다가 다른 교수자로 교체된 사건이 있었다.

<춘천교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수자 언행 문제 관련 설문조사>

  그런데 이 사건 외에도 학생들이 불편함을 느낀 교수자의 언행이 더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알아보고자 춘천교대 재학생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 타임’에 링크를 올려 진행한 본 조사에서 총 5건의 응답지를 받았다. 비윤리적 발언 3건, 성차별적 발언 1건, 그리고 학생 입장에서 불편한 행동 1건에 대한 내용이었다. 설문 조사에서 언급된 5명의 교수자와 접촉을 시도했다.

<인터뷰 요청시에 지참한 기사 설명문>

  총 다섯 명의 교수자 중 인터뷰 및 기사 작성에 동의한 교수는 임병춘 교수(컴퓨터 교육과) 한 명뿐이었다. 다른 네 명 중 두 명은 부단히 노력했으나 접촉자체를 못했고, 두 명은 접촉은 했으나 인터뷰 혹은 기사 작성을 거절했다. 임 교수는 ‘교수 연구실에서 학생이 면전에 있음에도 흡연을 했다’라는 설문 응답 내용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임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 일부.

Q. 해당 학생의 응답 내용(학생이 면전에 있는데 흡연을 했다는 내용)이 사실입니까?

A. 사실이다. 나는 애연가이기 때문에 자주 흡연한다. 학생들과 있을 때뿐만 아니라 다른 교수들과 있을 때도 흡연한다.

Q. 응답을 보면 그 점을 싫어하는 학생들도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많은 학생들이 이런 점을 싫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강의실에 들어갈 때 흡연을 하는 것은 당연히 안 되겠지만 여기는 개인 연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교수연구실)가 공공시설이니까, 금연 건물 안에서 흡연하지 말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런데 그건 너무 각박하니까.

Q. 그렇다면 흡연을 싫어하는 학생들이 많다면 학생들 앞에서 흡연을 삼갈 생각이 있으십니까?

A. 당연하다.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학생들 앞에선 삼갈 것이다. 그런데 흡연 중에 학생들이 들어오는 상황이라면 ‘불편하면 잠시 후에 와라’라고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나는 보편적인 기준을 따르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수업 중에 통과의 의미로 학생들의 어깨를 두드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나는 수업을 시작하면서 ‘불편하면 미리 말해달라’라고 당부한다.

  임 교수의 말을 정리하자면, 연구실에서 흡연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면 학생들이 있을 때 흡연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확실한 의사 표현이 중요해 보인다. 실제로, 접촉했지만 기사화하지 못 한 두 교수의 경우 각각 ‘수업 시간에 집중 안 하던 학생이 사실을 과장해 말한 것에 대응하지 않겠다’, ‘정신 나간 몇 명이 그렇게 말한 거에 대해 퇴직을 앞둔 내가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세 교수의 공통점은 학생들의 의견을 ‘소수의 의견’으로 단정 짓는다는 것이다. 정말 이 의견이 소수만의 의견인지, 아니면 전반적인 학생들의 의견인지는 설문 결과만으로 알 수 없다. 그러나 만약 후자라면 더 많은 학생들이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앞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명 중 단 한 명도 교수에게 직, 간접적인 의사 표현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비단 응답자 5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춘천교대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말일 수도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교수에게 직접, 혹은 학생처나 총학생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그런데 교수의 잘못된 언행을 비판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학생들의 자기 성찰이다. 학생들이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이지, 교수자에 대한 비판과 평가는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사담에서부터 강의 평가에서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수업 태도나 교수자에 대한 언행에 대해 반성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학생들의 언행에 대해 임병춘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교대 학생들이라서 그런지 크게 문제가 될 만한 언행을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어요. 한 학생에게 과제를 이런 식으로 다시 해 와라, 지도를 했는데 계속 안 고치는 거예요. 그래서 몇 번 더 지도를 했더니 ‘그럼 교수님이 해보세요’라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도 임 교수는 이런 경우는 거의 없는 경우이기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학생들의 크고 작은 무례한 언행이 더 존재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교수자의 언행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도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자신을 성찰하는 것 또한 못지않게 필요한 절차가 아닐까?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생각보다 교수와 학생이 소통할 창구가 부족함을 느꼈다. 2주일이란 시간 동안 두 교수와는 접촉조차 못 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교수는 학생과 소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학생과 교수자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자는 희망적인 취지로 기획한 기사지만 기사를 써 내려갈수록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이 상황이 정상인 걸까? 지금처럼 안 좋은 일은 서로 속으로만 썩이고 넘어가는 게 맞는 걸까? 만약 아니라면, 학생들은 무얼 해야 할까? 다소 추상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학생들은 더욱더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교수자를 비판하는 만큼 자신의 언행도 성찰해야 한다. 불행히도 교수자가 학생을 위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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