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여름 모기보다 가을 모기가 더 무섭다.’라는 말이 있다. 여름철 폭염에 활동이 뜸했던 모기가 찬 바람이 불고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오픈마켓에서는 모기 퇴치제 판매가 최대 83%까지 급증하고, 모기 활동 지수도 높아져 서울시는 모기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모기에 물린 직후에는 그 부위와 주변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간지러움을 느끼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모기가 치명적인 질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

  지난 8월 29일, 대구에서 80대 여성이 일본 뇌염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 도중 사망한 사고가 일어났다. 질병관리본부 측에 따르면 80대인 이 환자는 거동불편자로 고혈압, 심장질환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일본 뇌염 예방접종 이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뇌염 바이러스는 작은 빨간집 모기에 의해서 옮겨지는데,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를 작은 빨간집 모기가 흡혈한 후 사람을 물었을 때 전염된다. 작은 빨간집 모기는 논, 축사, 웅덩이 등에 서식하는 암갈색의 뚜렷한 무늬가 없는 소형 모기이며 주둥이의 중앙에 넓은 백색 띠가 있다. 일본 뇌염 발병은 이 모기가 활동하는 기간인 7월에서 11월 사이에 일어나는데, 체온 조절 기능이 없어 폭염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모기의 특성 때문에 무더운 여름보다 가을에 많다. 8~10월 국내 일본뇌염 환자 발생 추이를 살펴보면 모기의 활동이 활발한 8월 이후 본격적으로 환자가 보고되기 시작해 9~10월 단 두 달간 연간 환자의 약 80%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염 매개체인 작은 빨간집 모기의 모습
감염 매개체인 작은 빨간집 모기의 모습

   일본 뇌염 바이러스를 지닌 작은 빨간집 모기에 물린 경우 99% 이상이 증상이 없거나 미열을 동반하는 가벼운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드문 경우 5~15일의 잠복기가 끝나면 40도까지의 고열, 설사, 두통, 구토, 전신 무력감, 의식변화, 국소 신경장애, 운동장애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감염자 일부는 무균성 수막염이나 급성 뇌염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사망률은 20~30%에 달한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국내 일본뇌염 환자는 연평균 20명 내외로 발생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17명 중 1명이 사망했다. 그뿐만 아니라 회복이 되더라도 환자 중 1/3은 신경계통 합병증의 가능성이 있고, 특별한 치료법이 나오지 않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다면 치명적인 질병인 일본 뇌염을 예방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모기퇴치 국민행동수칙 7
모기퇴치 국민행동수칙 7

 

①예방 접종

백신으로 감염 예방률을 96% 이상까지 높일 수 있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낮은 고령층이나 어린아이들, 평소 야외활동이 잦은 사람들은 꼭 예방 접종을 통해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거름망 설치

모기는 물이 고인 곳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배수관과 하수관 구멍에 끓는 물을 주기적으로 부어 알과 해충을 박멸하는 것이 좋다. 고인 물은 매개 모기 유충의 서식지가 될 수 있어 집 주변의 웅덩이나 배수로 등의 고인 물을 없애 서식을 방지해야 한다. 모기는 2mm의 작은 구멍으로도 들어올 수 있으므로 촘촘한 거름망을 설치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배수구 뚜껑을 막아두는 방법도 있다.

③모기 회피 및 방제요령 따르기

모기는 후각과 시각, 열 감지 능력으로 피를 빨아 먹을 대상을 찾아 공격한다. 야외 활동 시에는 밝은색의 긴 바지와 긴 소매의 옷으로 가급적 맨살을 드러내지 않으며, 품이 넓은 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만약 노출된 피부나 옷, 신발 상단, 양말 등에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모기를 유인할 수 있는 진한 향수나 화장품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 질병관리본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일본 뇌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지자체 차원에서 축사 및 물웅덩이 등 모기의 서식지에 집중 방역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하지만, 개인적 차원의 예방과 회피가 중요하며 특히 가을 모기에 물렸을 때 여러 가지 신경학적 증세가 나타난다면 최대한 빠르게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야외 활동이 많아진 선선한 가을, 주변에서 모기가 흔히 보이는 만큼 경각심을 가지고 자신의 건강에 한 층 더 신경 쓴다면 건강하게 겨울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데일리안] 치명적인 질병 매개 '모기' 예방이 최선

[아주경제] "가을에 웬 모기?" 일본뇌염 감염 91%는 9~11월, 예방법은?

[이데일리] 찬바람 불자 '가을모기' 기승…모기약 뒤늦게 불티

[헤럴드 경제 생생건강 365] 가을왔는데... 치명적 질병 옮기는 ‘모기’, 예방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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