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의 '공연성'

  사이버상에선 익명의 힘을 빌려 심한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많다. 주로 악성 댓글의 희생자는 연예인이며 소수의 연예인은 가해자들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기도 한다. 아이유는 지난해, 자신을 성희롱한 BJ 푸워에 대응해 고소하였고 그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고소를 한다고 해서 가해자가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모 변호사는 자신의 허위 사실에 대해 사람들이 악성댓글을 달자 누리꾼 200여 명을 고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악성 댓글의 내용이 모호하며 단지 그의 기분만을 상하게 할 뿐 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한 것은 아니라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렇다면 모욕죄란 무엇이며 이는 언제 성립하는 것인가?

 

  모욕죄란 형법 제311조에 의하여 '공연히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사람들은 모두 살다 보면 다른 사람과 다툴 수 있고 만약 감정이 격해진다면 욕설이나 모욕적인 언행을 하기도 한다. 이 때 사실이 아닌 글, 말, 행동 등으로 다른 사람의 명예감정을 훼손하거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려는 것을 모욕죄라고 하는 것이다. 즉 이러한 모욕죄는 “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라고 볼 수 있다. (‘모욕’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명예훼손죄와 관련 지어 말하자면, 이 모욕죄가 명예훼손의 행위와 동시에 행해지는 경우에 모욕 행위는 명예훼손죄에 흡수되고 명예훼손죄만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에는 모욕죄가 성립하는 것일까? 층간 소음 문제로 이웃과 항상 다퉈왔던 A 씨는 문제가 심각해지자 경찰을 불렀지만, 사건은 흐지부지하게 넘어가게 되었다. 경찰이 돌아가고 나서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 A 씨는 혼자 계단을 내려가며 이웃에 대한 욕설을 했고 이를 들은 이웃은 그를 모욕죄로 고소를 했다. 이웃은 A 씨에게 분명 욕설을 들었고 욕설을 했다는 증거까지 가지고 있었지만 A 씨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 이유는 모욕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에 있다.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A 씨의 경우, 타인에 대한 모욕이 소수 특정인만 인식하는 가운데 이루어졌고 많은 이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즉, 공연성이 없는 욕설을 했다면 이는 모욕죄로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웃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 씨가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연성’의 기준만으로 한 사람이 모욕을 당하는 일이 없었던 일처럼 지나가도 되는 것일까? ‘공연성’은 확실한 기준이 없다. 이렇듯 모욕죄 성립 기준이 모호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다. 아무리 익명이어도 타인에 대한 예의를 갖춘다면, 비판의 말도 부드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분노에 찬 그 상태에서 마음에 있는 소리를 내뱉기보다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게 우선이다. ‘역지사지’를 항상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춘천교대 신문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