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세계무역기구(이하 WTO)의 분쟁해결기구인 DSB는 전 회원국이 참여하는 정례회의에서 일본 원전사고에 따른 우리 정부의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조치가 ‘WTO 위생 및 식물위생(이하 SPS)'협정¹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최종판정을 공식으로 채택하였습니다. 이는 1심에서 일본에 패소하였던 한국이 상소심에서 승소하였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로써 우리는 현재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수입규제조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부터, 한국이 승소하기까지의 과정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합니다. 그러자 방사능으로 인한 식품의 안전성 위험을 고려한 우리 정부는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규제조치를 시행합니다. 이 조치에는 수산물 수입 시에 방사능 검사를 시행하고, 일부 품목에 대해 수입을 금지한다는 항목이 담겨있습니다.

  2013년 9월, 도쿄전력에서 원전 오염수가 유출되었다는 사실이 발표되자, 후쿠시마 주변 8개현의 모든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일본산 식품에서 세슘이 미량 검출될 시에는 핵종검사증명서²를 요구할 수 있다는 항목이 들어있는 임시 특별조치를 추가로 취합니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 수입되는 수산물은 현격하게 줄어듭니다. 그 중에서 일본산 명태와 고등어는 2만~4만t 수준으로 수입되던 것이 3000t이하로 줄어들게 됩니다.

  2015년 5월, 일본 정부가 갑자기 한국의 수입규제조치에 대해 WTO 제소를 합니다. 한국 이외에도 여러 국가가 일본 식품에 대한 수입규제를 시행하였지만,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한국이 규제를 완화하게 된다면 그 영향으로 다른 국가들에도 수출의 길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이점을 고려해 대한민국만을 대상으로 제소합니다. 이에 WTO가 한국과 일본의 양자협의를 진행해 대화를 통한 분쟁해결을 모색하였으나,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게 됩니다.

  2016년부터 결국 WTO 전문가 패널에 의해 본격적인 분쟁해결절차에 돌입하게 되고, 2018년 2월에 패널들은 한국의 규제조치가 부당한 것이라 판단하고 판정보고서를 대외에 공개합니다. 이로써 1심에서는 한국이 최종 패소하게 됩니다. 이에 한국은 상소를 제기하였고, WTO 상소기구가 2심을 담당하게 됩니다.

  2019년 4월, WTO의 1심판결은 한 번도 결과가 번복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의 승소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한국이 2심에서 승소합니다.

 

▷한국이 1심에서 패소한 이유와 2심에서 승소할 수 있었던 이유는?

  1심에서는 한국의 규제조치가 ‘무역제한’이라는 이유로 우리나라가 패소하였습니다. 패널은 일본 측이 제기한 4개의 쟁점인 차별성, 무역제한성, 투명성, 검사절차에 대해 검사절차 부분만을 한국의 손을 들어주고 나머지 세 쟁점은 일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차별성 부분에서는 일본산 식품의 방사능검사 수치를 기초로, 일본과 제 3국 간의 위해성이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산 식품에 대해서만 수입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SPS 협정에 위배되는 자의적 차별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무역 제한성 부분에서는 한국의 ‘적정 보호수준(ALOP)³’가 지나치게 무역제한적이며, 일본이 제시한 대안적 조치로도 한국의 보호 수준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정했습니다. 종합적으로 이를 해석해보자면 우리나라의 규제조치를 단순히 양국 간의 무역 과정에서 불합리성이 존재하는가를 중점으로 바라본 것입니다.

  그러나 2심을 담당한 상소 기구는 1심의 패널들과는 다른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이들은 일본과 제3국의 상황이 유사한지에 대한 여부를 따지면서, 식품의 방사능검사 수치만을 고려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즉, 식품 오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본의 특별한 환경적 상황 등도 고려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규제조치는 자국민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는 조치일 뿐, 일본과의 무역에서 부당한 차별을 논할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받게 됩니다. 이로써 1심의 판결을 뒤엎고, 우리나라는 2심에서 승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승소가 주는 의미와 현재 상황은?

  이번 재판의 승소는 비단 한일 양국 간의 무역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통상절차와 관련해 큰 의미를 전달합니다. 이번 재판은 ‘교역 자유’와 ‘식품 안전’이라는 두 가지의 가치가 충돌한 재판입니다. 통상 분쟁을 교역 자체로만 보지 않고 환경적인 요소들을 고려해 판단한 것은 WTO 역사에서 중요한 기록을 남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일본은 WTO의 판정을 인정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한국에 수입금지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WTO의 판결에 대해 “분쟁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후쿠시마 피해지의 부흥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판정이라며 항의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WTO 2심 판정의 경우는, 회원국 전원이 반대하지 않는 이상 그대로 채택되기 때문에 결과가 다시 뒤집어질 확률은 극히 희박합니다.

  수산물 분쟁이 끝난 후, 일본 아베 총리는 오는 6월 오사카에서 열릴 G20정상회의에서 이 문제와 함께 WTO 개혁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한국의 승소는 확정이 되겠지만, 아베 총리의 발언은 추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인 미국도 무역보복조치가 WTO에서 번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WTO 개혁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인데, 현재 일본이 한국과의 분쟁에서 최종패소 함에 따라 미국과 일본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게 되어, 양국은 서로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유럽연합(EU)도 미국의 입장에 어느 정도 동조하고 있기에 WTO 상소 기구가 새롭게 개편된 다음, 일본이 다시 수산물 수입 건을 제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WTO의 개혁이 우리나라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¹동-식물의 해충 또는 질병, 식품-음료-사료의 첨가제, 독소, 질병원인체 등에 의해 시행되는 조치.

²핵종이란 원자핵의 조성(즉 양성자 및 중성자의 수)에 의한 원자 또는 원자핵의 종류를 뜻함. 즉, 방사성 물질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증명서.

³자국 국민의 건강보호를 위해 무역에서 설정되는 최소허용지표.

 

[출처]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9616860&memberNo=25324157&vType=VERTICAL

http://www.hdh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591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9042909415376833

http://www.electimes.com/article.php?aid=1556493933178098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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