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29,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엄숙한 분위기 아래 소아청소년과의 폐과를 선언하였다. 더 이상 소아청소년과로서 병원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이번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소아청년과 의사들의 수입은 28%만큼 감소하였다. 이렇게 줄어든 수입으로 병원을 운영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임현택 의사회 회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소아청소년과 의원 중 662곳이 수입의 감소로 폐업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소아청소년과의 수입은 어째서 감소한 것일까? 그 원인으로는 30년 동안 이어진 진료비의 동결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가 물가 상승률 등의 시세 변화에도 동결되자 수입이 갈수록 줄어든 것이다. 더하여 기자회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의 수입을 지탱해 주던 예방접종마저 정치인의 선전에 이용되며 국가사업으로서 저가에 편입됐고, 국가 예방접종 사업은 시행비를 14년째 동결하거나 100원 단위로 올려 예방접종을 통한 수입은 전무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지난 57일 한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의 작성자는 자신을 소아과 전문의라고 밝히며 넋두리 한 번만 해도 될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에 따르면 30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그가 언급하는 소아과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1) 오픈런’(Open-Run) 현상이라고 한다. 특히나 병원수가 많지 않은 소아청소년과 병원의 경우 문 여는 시간에 맞추어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현상이 많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의사들은 하루에 수용할 수 있는 환자의 수를 넘기며 치료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무척이나 힘이 든다고 언급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 힘든 것은 진료한 환자 대비 수입이 낮은 것이다. 하루에 기본적으로 100~150명의 소아, 청소년들을 진료하여도 성인들 몇 명의 진료비보다 낮게 측정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을 향한 4~5살 아이들의 떼쓰기나 그릇된 부성애 혹은 모성애를 가진 부모들의 일침은 그들을 더 힘들게 만든다. 작성자는 잘못된 부성애, 모성애와 맘카페 소문, 사실관계 확인 없는 감정적 공분까지 3박자면 몇 달 안에 밥줄이 끊어지는 걸 자주 봤다라고 언급하며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체력적, 심적 고충들을 솔직하게 적어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른 과 의사들과 비교하면 회의감이 많이 든다. 소청과 선택한 내가 죄인일 정도라고 언급함으로써, 본인이 가졌던 신념보다 현실의 벽이 더 크다는 점을 지적하였으며 덧붙여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는 말을 남기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이렇게 소아청소년과 의사들마저 떠나간 현실에는 어떠한 문제점들이 발생할까? 한 신도시 지역의 아동병원의 경우 주말 아침 대기실의 사람들은 총 120명이 넘는다. 이들은 앞서 언급하였던 1) 오픈런’(Open-Run)을 한 보호자들과 아이들이다. 병원 오픈 몇 시간 전부터 대기를 하였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대기 번호는 뒷번호 대이다. 아이들은 심한 고열이 나도, 몸이 정말 죽을 듯이 아파도 이 대기 번호를 다 기다려야만 치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응급실의 경우도 피차일반 다를 것이 없다. 몇 년 동안 전공의가 들어오지 않아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는 존폐의 갈림길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현실의 부담감을 짊어지는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소아청소년과의 의사들과 아픈 아이 그리고 그의 부모들이다.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대부분은 13역을 뛰며 밤낮으로 분주하게 뛴다. 아픈 아이 역시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병원 앞에서 고통스러워만 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실제로 어린이날, 고열에 시달리던 5세 아이는 병상 없는 대학병원 응급실 문턱 앞에서 40분 동안 119 구급차에 갇혀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끝내 숨지고 말았다. 하지만 마냥 병원 탓만을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과 인프라가 붕괴한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서이기 때문이다. 부족한 대학병원 병상의 수 문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인력난 문제 등 그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지난 222'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하기도 하였지만, 복지부의 대응 방침은 소아청소년과의 교수, 전공의, 개원의 등 근본적인 해결 대상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 오히려 인프라 확충 혹은 의대 증원과 같은 동떨어진 내용을 대응 방침으로 제시하였다. 아무리 저출산 시대라고 하지만, 남아있는 소아청소년들에 대한 정부의 의료 대응 방침은 너무나도 시대착오적이다. 때문에 정부는 부담을 직접 지어서라도 부족한 진료비 수입에 대하여 의사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어야 하며 부족한 병원 인프라 앞에서 발을 굴리는 부모와 아이들을 위해 적절한 의료 혜택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때이다.


1) 희소성이 높은 혹은 한정판 상품 등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 영업시간 전부터 줄을 서고 개장하자마자 달려가듯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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