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협의안에서의 소녀상 관련 사항과 부산 소녀상의 강제 철거 논란을 중심으로

  최근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하여 여러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피해를 상징하는 상징물로써, 2011년 12월 14일 민간단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이 중심이 되어 서울 종로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처음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2017년 1월 기준) 국내에 66개, 해외 5개국에 7개의 소녀상이 있다.

 

  소녀상은 높이가 130cm이며 치마저고리를 입고 짧은 단발머리를 한 소녀가 의자에 앉은 채 일본대사관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군에 끌려갔던 14∼16세 때를 재현한 것이다. 또 소녀상의 옆에는 빈 의자 하나가 놓여 있는데, 이는 할머니들의 고통에 공감해 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일본은 현재까지도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피해자들의 요구인 ‘법적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현 일본 아베 정권에게 소녀상은 인정하지 않고 싶은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상기시키는 상징이기에 걸림돌로 느껴질 것이다. 이에 일본은 2015년 12월 28일에 있었던 한일 외교장관 공동회담에서도 소녀상에 관한 문제를 거론하였다. 위안부 협의안이라고 불리는 이 협의안은 일본 측 표명사항 3가지와 한국 측 표명사항 3가지로 구성되어있는데, 이 중 한국 측 표명사항 2항이 소녀상 철거와 관련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 한국 측 표명사항

 

2)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함.

 

  위의 표명사항은 이전, 철거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을 뿐, 한국 정부가 소녀상을 이전·철거하겠다는 협상에 동의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현재 일본은 이러한 사항을 바탕으로 소녀상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따라 최근 소녀상과 관련한 외교적 마찰이 발생하였다. 지난 12월 28일 시민단체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이하 미소추)가 부산의 일본영사관 앞에 일본군 위안부를 기리는 소녀상을 설치했으나 4시간 만에 철거된 것이다. 미소추는 소녀상을 영사관 앞 인도에 임시로 설치했지만, 부산 동구에서는 “도로에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철거를 시도하면서 이를 막으려던 미소추 회원과 집회 참가자 등과 마찰을 빚었다. 40여 명의 미소추 회원 등은 소녀상을 에워싼 채 인간 방패막이를 만들어 동구 직원과 경찰 등 100여 명과 3시간 넘게 대치했다. 동구 직원들은 미소추 회원 등을 차례로 모두 끌어낸 뒤 오후 5시쯤 소녀상을 트럭에 싣고 옮겨버렸다. 동구는 소녀상을 임시보관한 뒤 미소추의 요구가 있을 때 소녀상을 인계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설치한 소녀상을 강제 철거한 뒤 국민적 비난이 일자 박삼석 부산 동구청장은 태도를 바꿔 이틀 만에 소녀상 설치를 묵인했다. 외교부는 그제야 동구청 측에 이전을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박 구청장은 11일 한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자기들이 막든지…. 한·일 문제는 외교 관계이니, 소녀상을 철거하려면 외교부가 하라”고 못 박았다.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세워질 경우 한·일 관계에 불어 닥칠 후폭풍을 외교부는 이전부터 예견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최소화할 대비는 하지 않았던 것이다.

 

  외교부는 지금도 “외교공관 보호와 관련된 국제 예양(禮讓) 및 관행이라는 측면에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모호한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또한 “부산 소녀상은 12·28 합의에 반하는가”라는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드릴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일본 영사관 측은 부산의 소녀상이 강제 철거되기 이전 달에 ‘소녀상 절대 불가 방침’을 밝힌 공문을 부산 동구에 보냈다. 이 공문에는 “총영사관 주변에 소녀상이 설치된다면 한·일간의 외교문제를 포함해 상당히 큰 영향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주시고, 총영사관 주변의 어떠한 장소에도 소녀상이 설치되지 않도록 각별히 힘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고 되어 있었다.

 

  이처럼 합의문에 '이전·철거'란 말이 없었음에도 일본은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반면, 우리는 미온적인 대처만 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외교부의 안일한 대응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부 고위 공무원은 “여론이 두려워도 외교부가 국제 외교 관례에 맞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했는데, 마치 남 얘기하듯 두루뭉술한 입장만 내놨다”고 지적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외교도 결국 내치의 연장”이라며 “정부가 외교를 독점해서도 안 되고, 국민적 여론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녀상 문제에 있어 보다 적극적인 여론 수렴 과정이 필요했다는 주장이다.

 

  계속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상징인 소녀상을 철거하려는 일본 정부와 소녀상 문제를 회피하려고만 하는 한국 정부,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고령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 현 시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만 가지고 기다리기에는 피해자 할머니들께 주어진 시간이 결코 많지 않다. 두 정부는 이제라도 진정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하루빨리 적절한 방향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치유될 수 있길 바란다.

저작권자 © 춘천교대 신문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