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 나라의 정치

농단 - 높이 솟아오른 언덕, 이익을 독차지함.

 

2017년 3월 10일 11시, 역사의 한 페이지가 새롭게 써졌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탄핵 인용 선고가 끝이 났다, 이 선고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고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때, 소추안에 담긴 탄핵사유는 총 13가지였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5가지로 압축했다.

1. 공무원 임용권 남용

2. 언론자유침해

3. 세월호 사건 관련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4. 뇌물죄 혐의

5. 최순실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

 

 사실상 헌재는 뇌물죄 부분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합해 네 가지 사유를 심리했다. 이제 2017년 3월 10일 11시 21분 전으로 돌아가 보자. 국정농단을 제외한 나머지 사유들이 증거가 불충분하고 추상적인 내용이 많이 함유되었다는 헌재의 선고를 들으며, 많은 국민은 탄핵이 기각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헌재는 최순실에 대한 국정개입 관련 사유만으로 중대한 헌법 및 법률 위배행위라는 판단을 내렸고, 피청구인인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최종 선고했다. 즉, 국정농단 사유 하나만으로 재판관 전원이 탄핵소추안 인용에 대해 찬성을 한 것이다.

 

 도대체 이들은 어떤 규모의 국정농단을 저질렀기에, 헌정사상 처음 발생한 현직 대통령의 파면 사태를 자초하였을까?  객관적 사실들을 토대로 그들의 국정농단 행태를 살펴보자.

 

1. 최순실의 태블릿 PC, 국정농단의 시발점이 되다.

 

 지난해 10월 24일, JTBC는 입수한 태블릿 PC를 근거로 대통령 연설문 사전유출 의혹을 처음 보도했다. 당시 JTBC는 최순실 씨가 44개의 박 대통령 연설문을 포함해 국무회의 모두발언, 대선 유세문, 당선 소감문 등 총 200여 개의 파일을 사전에 받아봤다고 보도했다. 이는 국민의 분노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일부 단체에서 태블릿 PC가 조작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검찰은 "태블릿 PC의 위치정보와 데이터베이스 파일 등을 분석한 결과 최 씨와 태블릿PC의 동선이 일치한다"며 "최 씨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공유한 이메일 내역과 문건파일 속성정보, 문건 전달과 관련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시간상으로 일치해 태블릿 PC가 최 씨 소유라는 것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의혹 제기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정유라의 부정입학

 

   3월 6일, 특별검사팀은 이대 입시 및 학사 비리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순실 씨와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이 정 씨의 입학을 통해 친분을 맺은 후, 에콜 페랑디 분교를 이대에 건립하려는 등 주도적으로 미르재단 사업을 이대와 공동 추진해 진행한 사실을 밝혀냈다. 정유라의 부정입학이 단순한 모녀와 대학 간의 비리가 아닌, 국정농단 사건의 큰 획이었다.

  대한민국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을 안겨준 정유라의 부정입학 사건. 2015년도 이화여자대학교 수시 전형에서 정유라는 체육 특기자 전형 중, 처음 신설된 승마 특기생으로 최종합격하였다. 당시 수시모집 요강에는 “원서접수 마감일 기준 최근 3년 이내 국제 또는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개인종목 3위 이내 입상자”라고 분명히 명시되었고, 개인 수상만 인정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있었다. 하지만 정유라는 원수 접수 이후에 열린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또한, 최순실의 개입으로 지도교수를 일방적으로 교체함은 물론, 수업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고 B 학점을 받기도 했다.

 부정입학 사건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전 총장인 최경희와 전 입학처장인 남궁곤, 전 학장 김경숙 등이 구속되었다. 남 전 처장이 김경숙 전 학장 등과 공모하여 면접위원들에게 정유라를 뽑으라는 최경희 전 총장의 지시를 전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여 정유라를 합격시킨 후 국회 국조특위에서 관련 사안에 관하여 위증하였다는 것이 구체적인 혐의다. 최경희 전 총장 역시 2015년 9월, 최순실을 처음 만나 30분 가까이 정유라에 관해 이야기했으며, 2주 뒤인 10월 초, 최순실을 총장 공관으로 초대하여 저녁식사와 함께 학교 구경을 시켜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작년 12월 15일에 열린 청문회에서는 이 사실을 은폐했다.

 

3. 뇌물 혐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힘을 써주고 이를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약 400억 원대의 뇌물을 받음’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죄와 관련해 받는 주된 혐의다. 상세히 정리하면, 삼성그룹 부회장 이재용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회사 자금을 횡령하여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을 공여하고, 최순실은 대통령과 공모하여 이재용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것이다. 헌재에서 삼성 자금 수뢰혐의는 일절 판단하지 않았지만, 이는 국정농단의 큰 틀을 차지하고 있는 사건이기에 쉽게 간과할 수 없다. 뇌물 없이 민간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통령이 개입한 것만으로도 구속 사유이며, 400억 원대의 뇌물이 최순실 사유의 회사 및 정유라 승마 지원 등에 쓰인 혐의는 많은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4. 직권남용

 

 미르,k 스포츠 재단에 약 800억 원의 대기업 출연금을 강제 모금하고, 최순실의 지인 업체인 KD코퍼레이션에 현대차 일감을 가도록 한 것 등,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례 중에서 직권 남용과 관련된 혐의들이 가장 많다.

 2015년 10월과 2016년 1월에 미르재단은 문화, k스포츠 재단은 스포츠 분야의 육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우선 미르재단 설립이 업무시간을 기준으로 5시간 만에 이뤄지면서 문화체육관광부의(문체부) 특혜가 존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015년 10월 26일, 출장 중이던 실무담당자는 오후 5시에 전경련 관계자로부터 받은 신청서를 오후 8시 7분 전자결재 시스템에 접속해 등록하고, 이후 3분만인 오후 8시 10분, 세종시에 있던 사무관이 결재한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8시 27분에 담당과장의 결재가 나왔다. 담당국장이 다음날 오전 8시 9분, 실장이 오전 9시 36분에 결재를 완료하면서 설립 허가는 완료된다. 재단법인 설립이 허가되기까지는 평균 21.6일이 걸리는 것을 생각하면, 미르재단의 초고속 결재 및 재빠른 검토에 있어 문체부의 특혜가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k 스포츠 재단의 경우도 비슷하다. 재단 설립이후, 이사장직에 정동춘씨가 취임하였다. 그는 이전까지 스포츠마사지 센터를 운영했고 이 센터의 단골손님 중 한사람이 최순실이었다. 최순실이 체육계 지인들에게 K스포츠재단의 기획 취지를 설명하며 재단 이사장 직 등을 제안하고 다녔다는 증언은 이미 다수의 언론에서 보도되었다.

 즉,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대해서 두 재단법인의 임직원 임면, 사업 추진, 자금 집행, 업무 지시 등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에 있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개입되었다는 것이 주 골자다.

 또한 문화계 블랙리스트도 헌법 위반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다. 조윤선,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및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이 이와 관련된 혐의로 구속된 상태이다. 조사를 거친 후 최종 결재권자인 박 전 대통령의 의견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주범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피청구인의 행위는 최서원(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입니다 ...(중략)...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 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하였습니다.” -<헌법 선고 전문 중 일부>

 

 지금까지 드러난 국정농단의 실체보다 앞으로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혐의들이 더욱 많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플라톤의 명언은 수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다만 현 사태를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정치 및 인문학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작은 위안거리다. 드디어 긴 겨울의 끝이 보인다. 진정 따뜻한 봄을 학수고대한다면, 민주주의의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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