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인구감소, 고령화, 지방소멸 등의 숫자로 나타나는 사회 현상은 최근 몇 년간 큰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이 현상에 대한 진단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며 그 대책으로는 ‘통폐합’이 처방되었다. 교육 현장도 이 여론에 발맞추어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진행했다. 그러나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폐교가 지방소멸 위기를 가속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자 최근 작은 학교 살리기로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전국의 시·도교육청들이 소규모 작은 학교 살리기를 추진하기 전,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을 두고 찬반 입장이 거세게 부딪혔던 적이 있었다. 이 정책에 찬성하는 측은 소규모 학교로 존폐 위기에 처한 학교들을 두고 인근 학교와 통폐합해 한 학교에 학생 수를 더 늘리는 것이 낫다고 밝히며 소규모학교 통폐합이 지역사회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소규모 작은 학교에서는 학생 수가 적어 학생 간, 학급 간, 서로 보고 배우는 모형 학습과 모둠별 프로젝트 등을 할 기회가 부족하고 학습 경쟁률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만, 통폐합이 진행된다면 이런 부분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기에 찬성의 의견을 내비치었다. 또한, 소규모학교에서는 한 교사가 여러 과목을 가르치는 상치 교사가 많아 어쩔 수 없이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학생들은 종합적으로 본다면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가 크기 때문에 소규모학교의 통폐합을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위의 의견과 달리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학교생활과 비교하며 정부의 정책에 반대를 표했다. 학생들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낯선 곳에서 학교에 다녀야 하고 어쩔 수 없는 장거리 통학을 해야 하기에 여러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불만을 말했다.

  이러한 의견 차이와 더불어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이 추진되기까지 정책 변화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산업화·공업화로 농어촌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고, 도시지역이라 하더라도 구도심의 공동화, 학생 수 감소(저출산)로 소규모학교는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1982년부터 학교 통폐합의 필요성을 느낀 정부 주도로 '적정 규모 학교육성 정책'이 진행됐다. 이때 적정 규모 학교란 '지역사회 소규모학교 살리기 정책 방향과 해결 과제'(한국콘텐츠학회·조금주) 등 연구를 보면, 효율성(교육비)·적절성(교육과정 운영)·합리성(학교 운영)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규모를 뜻한다. 이후 지난 30년간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은 기준과 주체가 일관성 없이 추진되며 여러 차례 변화한다. 1982년에는 학교당 학생 수 기준으로 180명, 1993년에는 100명, 2006년에는 60명 기준으로 낮아졌다가 2016년에는 면 지역 60명 이하, 도시지역 300명 이하로 지역에 따라 상향됐다. 1999년 재정 지원이 시작된 해에는 971개 학교가 통폐합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문제점도 속속 노출되기 시작했다. 농어촌 소규모학교를 통폐합하면서 ▲원거리 통학 학생 증가 ▲학생 돌봄 기능 약화 ▲폐교 지역의 공동화에 따른 지역 주민 갈등 등 문제가 불거지며 학교가 사라진 농어촌 사회가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2018년 기준, 면에 있는 초등학교 수는 전국 1552개 교로 면 당 1.3개 남아 더는 학교를 줄일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 폐교가 어느 정도 정리된 2000년대 초반 출생률 감소 현상과 맞물려 폐교가 지역소멸 위기에 속도를 붙이자, 관련 정책도 폐교보다는 존속시키는 방향으로 변화됐다.

  또한, 소규모학교가 여러 면에서 효과적이라는 주장의 연구들이 다수 이뤄지면서, 통폐합 대상 학교를 선정하는 데 '학생 수'라는 계량적 기준보다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한 다양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재정과 인력 운영의 효율성 제고라는 '경제적 논리'와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받을 권리라는 '교육적 논리'가 부딪치고 있다.

  여러 상황 속에서 소규모학교의 지역 여건을 무시한 채 획일적 기준에 따라 통폐합을 시행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또 교육재정 운영의 효율성, 교육여건 및 학생·학부모·지역사회 등에게 끼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평가하여 신중하게 검토할 때 우리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규모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학교 구성원뿐만 아니라 마을의 노력도 필요하다. 작지만 소규모학교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려 교육 활동을 전개하고 교육여건을 조성한다면 학생들이 찾아와 다시 학교가 살아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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