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수상이 우리 사회에 주는 메세지

오스카상 트로피를 들고 있는 배우 윤여정 (사진 출처, 연합뉴스)
오스카상 트로피를 들고 있는 배우 윤여정 (사진 출처, 연합뉴스)

 

   한국 시간으로 지난 4월 26일,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오스카 시상식) 레드카펫에 등장했다.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한국 배우 최초의 기록이지만, 그녀는 트로피를 손에 쥐는 쾌거를 이룩했다.

 

- 오스카 수상이 지닌 의미

  오스카상은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가 수여하는 상으로 세계 최고의 영화제 중 하나이다.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별들의 잔치이지만 그동안 오스카 시상식은 미국 영화인들의 집안 잔치일 뿐이라는 말이 있었다. 왜냐하면, 수상 대상이 전년도 1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에 LA 지역의 극장에서 1주일 이상 연속 상영된 미국 및 외국의 장편ㆍ단편 영화였기 때문이다.또한, 오스카상 수상자는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뽑히는데, 아카데미 회원들은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에 종사하고 있는 다양한 직업군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수상에 있어 미국 영화인들이 훨씬 유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그러나, 배우 윤여정이 오스카상을 수상함으로써 미국인들 사이에서 ‘코리안 그랜마’의 저력을 보여줬다. 오스카상의 수상은 단순히 쟁쟁한 외국 배우를 제치고 1등을 차지했다는 데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동종 업계의 사람 중 실력이 인증된 사람들에게 냉정하고 공정한 평가를 거쳐 연기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

 

- 화제가 된 배우 윤여정의 수상 소감

  윤여정이 레드카펫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녀의 드레스, 악세사리, 구두, 헤어스타일 모든 게 다 화젯거리였다. 그러나, 가장 세계인들의 관심을 끈 것은, 그녀의 영어 뛰어난 실력이었다. 배우 윤여정은 BBC와의 인터뷰를 통역사 없이 능숙하게 해냈을 뿐만 아니라, 오스카상 수상 소감을 영어로 발표해 큰 주목을 받았다. 다음은 윤여정의 수상 소감 전문이다.

  “브래드 피트를 드디어 만나게 되어 너무 감사하네요. 우리가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나요? 만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제 이름은 윤여정입니다. 유럽의 많은 분이 제 이름을 그냥 '여'라고 하거나 그냥 '정'이라고 부르는데, 여러분들은 모두 용서해드리겠습니다. 아시아권에 살면서 서양 TV 프로그램을 많이 봤습니다. TV를 보면서 직접 이 자리에 오다니 믿을 수가 없네요. 아카데미에 감사하고, 저에게 표를 던져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미나리' 가족들에게도 감사해요. 이 영화를 찍으면서 함께 가족이 됐습니다. 무엇보다도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정이삭 감독은 우리의 선장이자 또 저의 감독이었습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글렌 클로즈의 훌륭한 연기를 많이 봐왔습니다. 다섯명의 후보들이 다 다른 역할을 영화에서 해냈습니다. 우리 사회에 사실 경쟁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제가 더 운이 좋아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 분들이 한국 배우들에게 굉장히 환대 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자리에 있는 것 같고, 감사합니다. 두 아들에게도 감사합니다. 두 아들이 저에게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합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이 모든 건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이고,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됐네요.

  저의 첫 감독님인 김기영 감독님께도 감사드려요. 첫 영화를 함께 만들었는데, 여전히 살아계셨다면 수상을 기뻐해주셨을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세계인을 감동시킨 그녀가 지닌 신념

  ‘오스카상’이라는 엄청난 상을 수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우리 사회에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며, 그저 자신이 더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이후에 미국 NBC 방송 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도 “오스카상을 받은 것은 매우 행복한 순간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제 삶을 바꾸지 않습니다.”라며 오스카상 수상에 대해 겸손하지만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그녀는 “미국에서 어떤 프로젝트가 오면 한국에 있는 분들은 제가 할리우드를 동경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할리우드를 동경하지 않아요. 제가 미국에 계속 오는 이유는 미국에 살고 있는 아들을 한 번 더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제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진심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순간에도 그녀는 이성적이고 차분했다. 윤여정에게 오스카상 수상은 남들을 이긴 것도 아니고, 남들에게 뽐낼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긴 시간 동안 자신이 해온 일을 처음과 같이 최선을 다해 해왔을 뿐이고, 그 사실을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고 인정해줬을 뿐이다. 윤여정의 오스카상 수상은 과열된 경쟁에 익숙해져 버린 나머지, 오직 남들에게 보이고 인정받는 것만이 행동의 이유이자 목적으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일종의 경고이자 신호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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