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교육부는 코로나 19의 여파로 수학능력시험을 2주 연기한 12월 3일에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능 역사상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로 인한 연기,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으로 인한 연기, 2017년 포항 지진으로 인한 연기 이후로 네 번째 연기다. 그러나,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능 시험을 코앞에 둔 11월 말 코로나바이러스 신규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서면서 재 확산세가 심각해졌다. 인터넷에서는 자신이 무속인의 딸인데 예지몽을 꿨다며 수능이 1월로 재연기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소문이나, 자신이 유명 학원 관계자의 자녀인데 수능이 1월로 연기되어 대형학원들이 다시 계획을 짜고 있다는 가짜 뉴스가 성행해 수험생들의 불안을 더욱 고조시켰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가짜 뉴스가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는, 확산세가 심각한 유럽 등지에서 대입을 취소하거나 연기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에서는 지난 4월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입 시험 ‘바칼로레아’를 전격 취소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2009년 신종플루(인플루엔자 A) 유행 때도 수능을 예정대로 치렀으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전례를 들어 더는 연기하지 않고 12월 3일에 시험을 치렀다. 신종플루 감염자는 코로나 19보다 많은 75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확산세가 심각한 수준이었으나, 2009년 11월 12일 강행된 수능의 결과 당일 시험장에서 수험생이 감염됐다는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나…?’

 

첫째, 수능시험장과 시험 관리인력 대폭 확대

 

  수능 시험실은 일반 수험생 시험실, 시험 당일 발열 등의 의심 증상을 보이는 학생을 위한 별도 시험실, 자가격리 자를 위한 별도 시험실, 확진자 병원 또는 생활 치료시설 시험실로 구분하고, 시험장별 특성에 맞게 세부 방역 조치를 세웠다. 일반 수험생을 위한 시험실은 시험실 내 인원을 기존 28명에서 최대 24명 이내로 밀집도를 낮췄다. 전체적으로 일반 수험생을 위해 4,318개의 시험공간이 추가로 확보되고 특이 사정이 있는 수험생을 위해서 8,614개의 별도 시험실이 마련되었다. 이는 10년 전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에 비해 3.5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또한, 병원에서 시험을 치르는 확진자 학생들을 위해서는 병실 내 침대를 치우고 책상을 넣어 시험공간을 만들고 병원 내에서 학생의 시험을 도울 자원자를 따로 뽑아 방역복을 입고 감독하도록 했다. 시험감독 및 방역담당관 등 시험 관리인력도 대폭 늘어났다. 올해 시험 관리인력은 전년 대비 3만 410여 명이 더 늘어난 총 12만 9,000명이 투입되었다. 수험생 대비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의 시험장과 관리인력이다.

 

둘째, 마스크 착용과 책상 가림막

 

  예년의 수능시험장 모습과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바로 수험장 안의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방역 당국은 모든 학생에게 KF94를 쓰도록 권장했지만, 무증상자의 경우 덴탈 마스크, 면 마스크, 보건용 마스크와 같은 일반 마스크도 착용을 허락했다. 또한, 모든 수험생의 책상에는 가림막을 설치하여 책상 간의 이격거리를 확보해 집단 감염을 막았다. 일부 학생들은 안 그래도 좁은 책상이 가림막으로 인해 공간확보가 안 된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가림막 아래에 빈 공간을 확보해 시험지를 펼 때 불편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셋째, 쉬는 시간 대화 금지, 점심시간 이동 금지

 

  4교시가 끝나면 같은 수험장에 배정받은 친구들끼리 싸 온 도시락을 가지고 옹기종기 모여 점심을 먹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모든 학생이 지정된 자석의 가림막 안에서만 식사하고 이동을 절대 금하도록 조치했다. 또한, 시험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 간 불필요한 대화는 금지하여 감염을 예방하고자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0년 수능도 끝이 났다. 수능 날이 되면 전국의 모든 수험생과 그의 가족이 기도해서 별별 신들이 몰려와 일시적으로 기온이 낮아진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수능 날은 한국에서 큰 의미가 있다. 혹자는 코로나가 재확산 되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수능을 강행한다는 이유로 정부를 비난하지만, 수능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수험생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무작정 연기하고 기다리기보단 상황에 맞춰 적절한 대책을 세워 대응해야 국가가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길어질지는 모르는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삶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적절한 대처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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