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당신의 소원을 한 가지 들어준다면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빌게이츠는 책을 더 빠르게 읽고 싶다 말하였다. 이 일화는 문해력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문해력이란 글을 이해하고 평가한 뒤 이를 활용하는 능력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선별하여 처리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졌다. 대표적인 평가 시험인 수능 국어, NCS, 7, 9급 공무원, LEET, PSAT 모두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문해력을 요구하는 시험으로 변했다는 점도 이 때문이다.

 

                       * 출처는 Survey of Adult Skills(PIAAC), 2013, p.193임.

 

OECD가 주관한 2013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 따르면, 한국은 전 연령 문해력 평가에서 273점을 얻었다. 이는 조사에 참가한 23개국 중 평균 이하의 점수였다. 그러나 한국의 16-24세층의 문해력은 참가국 중 2위를 차지하여 최상위권에 속했다. 즉 전 연령 문해력이 평균 이하임에도 불구하고 16-24세 층의 문해력이 월등히 높음을 알 수 있다. 한국 교육시스템 상16-24세층의 학습량이 다른 연령층과 비교하여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 교육시스템의 우수함을 보여준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다. 한국인의 문해력이 20대 초중반을 기점으로 나이가 들수록 급속히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위 표는 문해력과 나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핀란드, 스웨덴, 일본의 경우 문해력이 30대에 최고점을 찍고 서서히 내려가는 반면에 한국은 그 시작점은 높으나 20대 초반에 최고점을 찍고 문해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저하됨을 알 수 있다(황혜진, 2015).

 

한숭희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이런 특이한 현상의 원인으로 입시 위주의 교육시스템을 지적한다. 현재 교육시스템이 학생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을 안긴 채 정작 문해력과 같은 핵심역량 개발과는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학생들은 맹목적인 입시교육으로 인해 시기적절한 문해력 교육을 받을 수 없었고 그 결과 16–24세 층의 문해력은 학교 졸업 시기인 만 25세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따라서 16–24세 층의 높은 수준의 문해력을 25세 이후까지 유지하기 위해서는 교육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며 그 시작은 초등교육시스템의 변화여야 한다. 초등학생의 시기가 문해력 발달의 골든타임으로 이 시의 성취가 이후의 문해력 발달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등학생 시기의 문해력 성취는 그 후의 문해력 성취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문해력 수준이 뒤처진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1학년이 끝날 때까지 뒤처질 확률은 88%이며, 문해력 수준이 뒤처진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9학년이 끝날 때까지 뒤처질 확률은 74%라 밝히고 있다. 또한, 초등학교 1, 2학년 때 읽기 학습에 어려움을 느낀 학생은 그 어려움이 평생 지속될 확률이 높다고 밝히었다(엄훈, 2017).

 

이렇듯 초등학생 시기의 문해력 교육은 학생의 학습 발달 측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초등 문해력 교육은 시스템 측면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현재 초등교육은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의 문해력 수준이 모두 같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들은 상당한 문해력 차이를 갖고 학교에 입학한다. 그들이 자라온 문해력 환경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정형편이 어려워 부모가 책을 지원해줄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더 낮은 수준의 문해력을 보여준다. 이러한 잘못된 전제로 인해 학교가 학생 수준에 맞춰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자 학부모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문해력 교육의 책임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위임된 것이다.

 

즉, 한국 초등교육은 모든 아이의 학습수준을 고려하여 교육하지 못하고 문해력 교육의 책임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위임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의 문해력을 공교육이 책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엄훈 청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역시 학생 때의 문해력 성취가 성인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공교육과 교사가 학생의 문해력을 앞장서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슈에 대하여 다른 나라들은 개별화 시스템을 도입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국가 주도하에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리딩 리커버리 수업(Reading Recovery Program)이 대표적이다. 국가가 지원하는 리딩 리커버리 수업은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일 30분씩 1년간 1:1 맞춤 교육을 진행하여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 또한 모든 학생이 일정 수준 이상의 문해력을 갖춰야만 한다는 아동 낙오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NCLB)에 따라 다양한 개별 맞춤형 문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취학 아동까지 교육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각 시, 도교육청에서 다양한 문해력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외부 강사의 전문성 문제, 예산 부족 문제 등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문해력은 현대인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초역량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은 입시지향적인 교육으로 인해 문해력과 같은 기초역량개발을 위한 교육에는 힘쓰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교육과정의 허술함으로 모든 학생의 문해력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문해력 개발을 위한 공교육과 교사의 책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우리는 예비교사로서 문해력 개발을 위해 미래의 학생들에게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 숙고해야 한다.

 

 

 

출처

황혜진(Hwang Hye Jin). "OECD 성인역량조사결과에 나타난 세대 간 문해력의 차이." 통일인문학 61.- (2015): 587P, 594P~601P <황혜진>

엄훈. "초기 문해력 교육의 현황과 과제." 한국초등국어교육 63.- (2017): 8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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