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금융과 무관할 수 없다. 이에 전 세계는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해왔다. OECD는 그중에서도 조기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돈의 가치와 돈에 대한 인식, 계획성 있는 소비와 저축 등의 개념이 어렸을 때 형성되어야 이후에 실제 경험을 통한 금융 역량 강화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에서의 금융교육은 학생들이 조기에 경제와 금융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형성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금융소비자(들)의 금융이해력은 어떤 수준일까?

 OECD의 정의에 따르면 금융이해력(Financial literacy)은 건전한 금융 의사결정과 금융 웰빙의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금융 인식, 지식, 태도, 행동의 조합이다. 즉, 금융이해력은 금융에 관한 지식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된 지식을 충분히 이해하고, 금융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행동을 가지고 금융생활을 원활히 영위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OECD 산하 INFE(International Network on Financial Education)가 개발한 문항에 따른 2018년 한국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2.2점이었다. 이는 OECD 평균인 64.9점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2015년에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서 조사한 전 세계 국가별 금융이해력 순위에서 한국은 33점을 받았다. 금융이해력을 지닌 성인의 비율이 33%라는 의미이다. 이는 덴마크, 캐나다, 영국의 점수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며 아프리카의 가봉, 우간다보다 낮은 점수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교육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접근성과 실용성 부족이다.

 금융당국은 2009년부터 금융교육을 정규 교과목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10년째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관련 법이 매번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교육 현장에서 금융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영국은 11세부터 정규과목으로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금융교육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고, 각 주에서 금융교육을 학교 교과과정에 의무적으로 채택한 경우도 절반에 가깝다.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주가 금융교육 의무화 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공교육 현장에서의 금융 교육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 어린 학생들이 금융에 관심을 갖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선진국 금융교육의 제1 목표는 실용성이다. 2017년 싱가포르 경제 학회(ESS)에서 ‘뛰어난 경제학 교사상’을 수상한 한 고등학교 교사는 “지금 한국에서 배우는 경제학은 교실과 분리되어 있다. 우리의 역할은 실제 사례를 활용해 학생들이 경제학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영국 또한 실용성 위주의 금융교육을 실시한다. 영국의 초등학생들은 돈의 역할과 안전한 보관법, 가정의 수입과 지출 등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를 통해 금융을 학습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초등학생에게도 경제학 원론의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희소성과 합리적 선택을 가르치려 하는데, 영국은 학생들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운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주제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는 사회, 수학, 영어 등의 과목에 금융 관련 단원이나 주제가 섞여있다. 한 예시로, 초등학교의 인성·시민성 과목에서는 ‘책임 있는 의사결정’ 단원에서 시간·자금 관리를 배운다.

OECD가 각국 학생의 교육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치르는 시험인 'PISA 2015'에서 한국 학생들은 수학에서 OECD 국가 중 '1~4위'로 평가받았다. 수학 점수가 최상위임에도 금융이해력이 낮은 것은 예외적인 사례이며 이는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이 금융과 융합을 이루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학 문제는 잘 풀면서, 이자는 계산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교육은 실생활, 다른 과목과 융합을 이루며 실용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 측면에서의 변화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교사들이 융합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수업 내용을 재구성한다면 그보다 먼저 효과적인 금융교육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예비 초등 교사로서 우리는 금융교육에 대해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언제 금융교육을 할 것인가? 금융회사 지점과 인근 학교가 결연을 하고, 금융회사가 결연 학교 학생들에게 방문교육, 체험교육, 동아리 활동 지원 등 다양한 금융교육을 실시하는 ‘1사1교’ 프로그램을 교사가 진행하고자 하였으나 학부모의 반대로 무산되는 사례가 있었다. 기존 정규교육과정 내용을 학습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이다. 금융교육 의무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재, 특별활동 시간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금융교육을 도입하는 방안도 있다. 금융교육 의무화를 추진하는 금융권 전문가들도 이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어떻게 금융교육을 할 것인가? 앞서 말했던 수업 내용 재구성과 같이, 하나의 방안을 떠올리는 것부터 그것을 구체화하여 실제 교육 활동을 하기 까지 교사는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사가 먼저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경인교육대 산학협력단은 2015년 금융위원회의 요청으로 학교 금융교육 실태조사를 진행해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전국 초중고 교사 650명과 초중고 학생 33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의 57.7%가 '자신에게 금융교육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금융교육이 필요 없다'라고 답한 학생은 8.5%에 불과했다. 학생들이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민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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