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의 효과의 위험성

  얼마 전, 모두를 슬프게 만든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가수 겸 배우인 설리(본명 최진리, 25)가 14일 오후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경기 성남수정경찰서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의 한 전원주택에서 설리가 숨져 있는 것을 매니저가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매니저는 전날 오후 6시 30분에 최 씨와 마지막 통화를 한 뒤로 연락이 되지 않자 이날 최 씨의 집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담은 기사 안에 독자의 내면을 날카롭게 파고들 수 있는 칼날이 숨겨져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생전 논란이 됐던 문제를 재조명하는 기사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쉽게 말해 상업적 의도가 다분한 기사도 있는가 하면, 시체가 운반되는 과정이나 고인의 자택 내부를 상세하게 찍어 보도하는 등 사망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를 다루는 기사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고인의 죽음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 역시 고인을 능욕하는 무례한 짓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사망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다루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지난 2017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샤이니 종현에 대한 사망 보도는 그의 사망에 대해 지나치게 구체적인 정보를 다루고 있다. 사망에 사용된 도구, 사망 장소, 빈소 사진 등은 기존 샤이니 팬들은 물론, 기사를 읽고 소식을 접한 일반인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종현의 사망 소식이 퍼지고 난 후,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장악한 “베르테르 효과”는 이러한 우려에 대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의 자살이 일반인들 사이에 모방 자살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괴테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연인과 사랑에 실패한 주인공 베르테르가 실의에 빠져 결국 자살한다는 내용에 공감한 당시 유럽의 많은 젊은이가 실제 자살을 시도한 현상에서 유래됐다.

  동아일보는 고 최진실 씨의 죽음을 언급하며 이 현상이 통계적으로 입증됐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자살 예방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국민배우’ 고 최진실 씨가 숨진 다음 날 자살자 수는 78명에 달했고 5일째 되는 날에는 90명 가까이 목숨을 끊었다. 당시 국내 하루 평균 자살자 수는 30명 안팎이었다.

  최진실 씨가 자살한 후 2달 동안 국내 자살자는 3,081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1,807명)보다 1,274명 증가했다. 이은주 씨(2005년 2월) 자살 후 2달간 자살자 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414명(2,154→2,568명) 늘었고, 유니 씨(2007년 1월) 508명(1,822→2,330명) 증가, 정다빈 씨(2007년 2월) 312명(1,992→2,304명) 증가, 안재환 씨(2008년 9월) 사망 후에는 915명(1,961→2,876명)이 증가했다.

 

  또 유명인 1명이 자살한 후 1개월 동안 하루 평균 자살자는 45.5명이었다. 이는 유명인 자살 전 1개월간 하루 평균 자살자가 36.2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하루 평균 자살자가 9.4명(25.9%)이 늘어난 수치다.

 

  이런 상관성은 유명인이거나 연예인인 경우에 두드러졌다. 특히 자살자 중에서 20~30대 젊은 여성은 유명인의 자살 방법까지도 그대로 모방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유명인 사망 후 자살률이 크게 높아지는 시점에 이런 경향이 더 강했다. 수치상으로는 20~30대 여성의 모방 자살 위험도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1.6배나 높았다. 이러한 베르테르 효과는 언론이 유명인 사망에 대한 정보를 더 자세히 다룰수록 더욱 큰 파문을 불러온다. 미디어의 자살 보도가 모방 자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만큼 자극적인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르기도 했다. 따라서 한국 언론은 유명인의 사망 소식에 대해 도 넘은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한국기자협회가 발표한 '자살 보도 권고기준'은 자살 보도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법 장소의 묘사를 자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자살 보도 권고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2】 자살이라는 단어는 자제하고 선정적 표현을 피해야 합니다

【3】 자살과 관련된 상세 내용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4】 자살 보도에서는 유가족 등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5】 자살과 자살자에 대한 어떠한 미화나 합리화도 피해야 합니다

【6】 사회적 문제 제기를 위한 수단으로 자살 보도를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7】 자살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알려야 합니다

【8】 자살 예방에 관한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9】 인터넷에서의 자살 보도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역시 "자살 보도 그 자체가 자살을 부추긴다는 것은 여러 학설과 사례로 입증된 사실"이라며 "자살에 관련한 보도는 보도하지 않는 것이 자살 보도의 국제적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의 언론은 우리 언론보다 비교적 사망에 대해 뭉뚱그려 다루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는 달리 자살 보도 권고안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경우 자살률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베르테르 효과에 의한 자살의 위험성에 주목하며 언론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었다. 자살 사건과 사고를 다루는 언론이 기사를 작성할 때 자살 방법이나 자살 상황을 묘사하는 내용을 담아 한때 핀란드도 자살 문제가 심각했다. 핀란드 정부는 국가 자살 예방 정책으로 '자살 보도 권고안'을 만들어 언론과 함께 노력한 결과 1990년대 인구 10만당 자살률 30.2명이, 2013년에는 15.8명으로 감소하는 효과를 보았다.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이다. 오스트리아의 스탠다드 신문사 관계자 말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의 언론계는 자살의 문제 인식이 1970~1980년대에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언론사 내부에서도 피드백이나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고 뉴스나 스포츠 신문에 자살 사건과 사고에 대한 내용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고 한다. 1980년대 중반 오스트리아는 인구 10만당 자살률이 26명에 달했다. 그러나 자살 보도 권고안을 통해 2017년 기준 인구 10만당 자살률은 11.7명으로 떨어졌다. 몇 년간의 연구를 통해 언론의 영향력을 인식하게 됐고, 이후 오스트리아 언론사들은 자살 보도 권고안을 지키면서 자살률의 감소 배경 사례를 만들었다.

 

  이처럼 자살 보도 권고안을 지키며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베르테르 효과에 의한 자살을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언론도 권고안을 지키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능욕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서울 연합뉴스

pd저널

동아뉴스

중아일보

마인드포스트(http://www.mi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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