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영화 <기생충>과 <어느 가족>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라 불리는 제 72회 칸 영화제가 한국 시간으로 지난 5월 26일 폐막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고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우리나라에서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대상을, 2013년에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가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 영화가 수상을 한 번도 하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장편 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 <기생충>이 처음입니다.

  <기생충>은 부자인 ‘박 사장’ 가족과, 가난한 ‘기택’ 가족이 만나며 생기는 일들에 대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나 <옥자>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에 대해 보여줍니다. 영화 속에서 ‘기택’의 집은 반지하이고, ‘박 사장’의 집은 계속해서 올라가야 하는 높은 곳에 있습니다. 빈부격차를 상하 관계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의 끝부분의 대사 중 ‘기우’의 “그 계단만 올라오면 된다.”는 대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장면들을 통해 그 계단을 “오르는” 것이 쉽지 않음을 표현합니다. 이처럼, 이 영화는 결코 깨질 것 같지 않은 빈부격차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블랙 코미디의 측면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들을 살펴보면, 사회적 취약 계층에 속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꽤 많습니다. 가짜 신분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난민들의 이야기인 2015년 수상작 <디판>, 현대의 복지제도에 대한 비판을 보여준 2016년 수상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 그리고 2018년 수상작인 <어느 가족>이 있습니다. 일본 영화인 <어느 가족>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기생충>과 크게 다르지만, 가난한 가족이 외부의 사람을 만나며 진행되는 이야기라는 소재 면에서는 비슷합니다.

  <어느 가족>은 실제 핏줄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가족처럼 지내며 살아가는 하츠에 일가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 가족은 가난 때문에 도둑질을 통해 부족한 수입을 채워나갑니다. 또한, 할머니가 돌아가신 사실이 알려지면 연금이 끊길까봐 그 사실을 비밀로 하게 됩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실제로 일본에서 일어났던 연금 사기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며, 영화 전반적으로 일본 사회의 어두운 면들 역시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영화는 이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주는 한편, 등장인물 본인은 방식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고, 그로 인해 끝내는 가족의 해체를 불러오는 과정을 인간적으로 그려냅니다. 이 영화는 일본 국민들에게는 많이 사랑 받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철저히 외면당했습니다. 단지 일본의 어두운 면을 다뤘다는 이유로 ‘일본에 이런 가족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두 영화는 모두 소외 계층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생충>이 가족을 둘러싼 사회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어느 가족>은 그 가족 자체를 인간적인 시선으로 따뜻하게 바라봅니다. 두 영화는 각 나라의 여러 시사적 쟁점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한 영화는 결코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빈부격차의 벽을 보여주고, 다른 영화는 가장 밑바닥까지는 손길이 닿지 않는 세상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지금까지 비슷한 소재를 서로 다른 시각에서, 각자 나라의 사회상을 담은 채로 표현한 두 영화를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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