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학교는 ‘가기 싫지만 가야만 하는 곳’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어떤 교사들은 ‘아이들이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생이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런데 오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 고민인 학교가 있다고 한다. 섬머힐 같은 머나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강원도의 ‘산울림 학교’다.

 

  산울림 학교는 ‘공교육에서는 하지 못하지만, 아이들에게 필요하고, 재밌는 교육을 해주겠다.’라는 신념 아래 운영되는 계절형 대안학교이다. 여름, 겨울 방학 때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3박 4일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학생은 30명 정도 신청을 받는데, 참가비가 있는 유상교육임에도 순식간에 접수가 마감되곤 한다. 심지어는 신청을 놓쳐 자녀를 입학시키지 못한 학부모들의 문의전화를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비단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산울림 학교를 좋아한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권유로 참가하여 미적지근하던 학생들도 시간이 흐르면 열정적으로 참여하곤 한다. 졸업할 때면 다음에 또 오겠다고 다짐하고, 실제로도 많은 학생이 다시 참여한다. 어떤 학생은 학생으로 참여했다가, 인연이 되어 선생님으로도 참여했다고 한다.

 

 
산울림학교는 졸업을 하면 후기집을 준다. 학생들이 이 경험을 소중히 간직할 수 있도록.

 

  산울림 학교도 엄연한 학교인데, 많은 학생들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울림 학교와 오랜 기간 함께 한 김아영 선생님은 ‘다음 세대만큼은 더 나은 교육을 받게 해주겠다는 꿈을 학부모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산울림 학교는 교사 한 명이 수십 명의 학생을 맡아 강의식으로 수업을 하는 일반적인 학교와 다른 점이 많다. 우선 교사 한 명이 맡는 학생이 4명 이하이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의 친밀한 관계 형성에 유리하다.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이 따로 구분되지 않고, 학생들은 생활 속에서 배움을 얻는다. 밤에는 ‘철학 시간’도 있는데, 철학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철학을 ‘하는’ 시간이라는 점이 공교육의 철학 수업과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산울림 학교 철학 시간은 주제에 관한 경험, 생각, 철학 등을 나누는 시간이다. 주로 문답을 통해 진행되고, 학생들이 생각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진지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에 의미가 있다. 산울림 학교 윤학용 선생님은 철학시간에 대해 ‘교사와 학생이 정신적으로 끈끈해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정의한다. 이처럼 일반적인 학교와 다른 산울림 학교의 모습을 학생들이 좋아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산울림 학교에도 어려움은 있다. 우선 교사 입장에서, 아이들을 앉혀 놓고 수업을 진행하던 공교육에서와는 다소 다른 역할을 맡는데, 이때 적응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노는 것을 즐기지 못하면 겉돌게 된다고 강철 선생님은 말했다. 그러면서도 공교육에서 하지 못한,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교육을 펼칠 수 있는 장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도 조언해주었다. 이처럼 학교에서 하지 못하는 것들을 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쉬운 게 하나도 없다’라고 말하면서도 십 년이 넘게 산울림 학교를 운영하게 되는 매력인 것 같다. 또 다른 어려움은 프로그램 규모에 관한 문제이다. 많은 학생들이 찾는 산울림 학교지만, 입학생 수를 무턱대고 늘릴 수는 없다. 첫째는 교사 한 명 당 학생 2~3명을 전담하는데 교사 수가 충분히 많지는 않기 때문이고, 둘째는 전체 학생 수가 너무 많으면 양질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 프로그램을 여러 번 진행하면 되지 않느냐’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는 교사들이 대부분 현직 교사이고, 프로그램 때 생기는 적자를 교육청 지원금과 회비로 메우는 실정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여러 번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여름 캠프에서 물놀이를 하는 교사와 학생들

  규모에 대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산울림 학교에는 대학생 보조교사가 있다. 물로 보조교사를 구하는 것이 단순히 인원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강철 선생님은 보조교사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보조교사가 아니라 그냥 교사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공감하는,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해요”

 

  보조교사가 현장 경험이 적을 경우, 이를 배려해 혼자서 수업을 진행하진 않는다. 때문에 능력보다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윤학용 선생님은 “누구나 산울림 학교의 교사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는 없습니다. 자발적인 의지는 필수입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산울림학교에서의 경험을 쌓은 뒤에는 보조교사일지라도 한 활동을 맡아 진행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은 미래의 교직을 준비함에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산울림 학교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산울림 학교 윤학용 선생님(010-5437-8880)에게 전화나 문자를 통해 참여의사를 밝히면 된다. 또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면 다음카페나 네이버 밴드를 찾아볼 수도 있다.

 

  2001년에 시작해 올 여름으로 28번째를 맞이한 산울림학교는 지금 ‘음악’을 주제로 한 수업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7월 말에 시작한다는 것 말고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지만, 앞으로 회의를 통해 조금씩 다듬어 갈 예정이다. 이 회의에는 대학생 보조교사도 참여하게 되고, 회의는 참여자의 일정을 고려해 2주일에 한 번 정도 저녁 시간에 진행된다. 무겁지 않고, 의견이 생기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오히려 생각을 가감 없이 자유롭게 말하는 탓에 정은호 선생님은 산울림 학교 회의를 ‘각종 이야기가 난무하는 브레인스토밍 과정’이라고 칭할 정도다. 이런 방식의 회의가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게 할 때도 있지만, 그 과정 에서 성장할 수 있어 오히려 좋다고 정 선생님은 평가하고 있다.

 
지난 4월 10일, 음악을 주제로 한 수업 회의 모습

 

  많은 경험을 가진 선생님들과, 많은 열정을 가진 학생들이 만나서 만들 학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을 기대하게 한다. 학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28기 산울림 학교는 올여름에 그 막을 열기 위해 지금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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