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중순, 학원가 등으로부터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후 9월부터 경찰이 교사 세 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시켜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하였다. 숙명여고 압수수색에 이어 쌍둥이 자매가 다녔다는 수학학원을 압수수색하고 시험 문제 유출 정황을 파악했다. 자매의 1학년 1학기 성적은 각각 전교 59등, 121등이었다. 그러나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성적이 급격하게 올라 각각 문, 이과 전교 1등을 했다. 숙명여고의 교무부장이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라는 점, 시험지와 정답지에 대한 결재 권한이 교무부장에게 있었다는 점, 고사 담당 교사가 자리를 비웠을 때 교무부장이 단독으로 고사 서류를 검토하고 결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시험 ‘출제’와는 무관한 그가 시험지 보관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었다는 것 또한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최근 11월에 발표된 경찰의 최종 입장에 의하면,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과 그의 쌍둥이 자녀 모두 검찰에 넘겨졌다. 시험문제 유출 사태는 어긋난 ‘부정’만이 아니라 자녀들의 적극적인 개입까지도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매는 증거 자료로 제시된 ‘접착식 메모지에 적힌 정답 목록’, ‘휴대폰에서 발견된 영어 시험문제 정답’을 외워 시험에 응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과 영역뿐만이 아니었다. 시 교육청 감사 결과, 전 교무부장이 심사한 교내 미술대회에서 자매가 수상하는 등 각종 비교과ㆍ수행평가 영역에도 개입한 정황도 적지 않았다.

  이 숙명여고 사태는 대학 입시를 열심히 준비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분노와 회의감을 안겨주었다. 이 사태는 전 교무부장의 개인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입시제도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는 지적도 있다. 고등학교 내신과 비교과 활동, 나아가 이를 토대로 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정시 확대 요구 역시 이전보다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해 안선회 중부대 교육학과 교수는 “비교과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공정하다고 생각됐던 내신 평가의 문제가 세상에 드러난 것은 현행 제도가 총체적으로 무너진 것”이라며 “교사의 평가권에 대한 외부 개입은 물론, 학생부 위주의 입시 제도 공정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 모두에게 보다 공정한 교육 환경과, 보다 나은 입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현행 제도를 재검토해 보아야 하는 때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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