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침묵이 내리는 날이다. 매년 11월이 되면 나라 전체가 잠시 멈춘다. 상점들이 문을 닫고, 은행이 영업을 중지하며, 심지어 주식 시장 개장 시간까지도 늦춰진다. 대부분의 건설현장에서 작업이 중지되며, 비행기도 이륙하지 않고 군사훈련도 중단된다.” 

  영국 BBC방송이 지난 15일 수능에 대해 다룬 기사의 일부분이다.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치루어지는 수능은 밖에서 보면 생소하게 느껴지는 한국만의 문화다. 시험 전후로 BBC, AFP 통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이 한국 사회를 흔드는 수능(Suneung)에 대한 기사들을 내보냈다. 외국 언론의 눈에 가장 흥미로운 것은 수능 당일 나라 전체가 수험생들의 일정에 맞춰서 움직이는 모습이다. AFP통신은 ‘쉿, 중대한 시험을 앞두고 숨죽이는 한국’이라는 기사에서 수능 날 아침 풍경을 묘사했다. “후배들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수능을 치는 선배들을 응원하고, 부모들은 수능을 치러 들어가는 자녀들을 꼭 안아주고 눈물을 흘리며 배웅한다”고 적었다. 영어듣기평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오후 1시10분에서 1시35분까지 25분 동안 ‘소음통제’가 되는 풍경에도 주목했다. AFP는 “영어듣기평가 시간에 맞춰 모든 항공기 이·착륙이 25분간 금지되며, 모든 항공기는 3000m 이상의 고도를 유지해야만 한다”며 수능을 “한국의 까다로운 교육 제도의 정점”이라고 평했다. BBC는 “시험장 입구에서 금속 탐지기를 가진 검사관이 디지털 시계, 핸드폰, 가방부터 책까지 주의를 흐트러지게 할 만한 물건들을 모두 압수했으며, 시험장 내부에서는 감독관이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는 풍경을 전했다. 

  외신들은 삶의 모든 관문에서 시험과 평가가 이뤄지는 한국사회의 모습도 소개했다. BBC는 ‘수능: 한국에 침묵이 내리는 날’이라는 기사에서 “수능은 약 8시간 동안 마라톤처럼 치뤄진다”며 “대학진학 여부 뿐 아니라 취업 전망과 소득은 물론 앞으로 사람들이 살 곳과 미래의 인관관계까지도 결정한다”고 정의했다. 좋은 학벌이 있어야만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는 사람들의 생각 때문에 사람들이 ‘SKY’라고 불리는 명문대에 들어가길 원하는 현상에 대해 짚으면서, 어릴 때부터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왜 한국인들은 평생 동안 공부에 갇혀 있나’라는 15일자 기사에서 한국을 ‘과잉교육 사회’(Over-educated society)라고 했다. “학생들은 수능을 위해 13~14살 때부터 공부를 시작하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정규 수업 외에도 별도의 수업까지 받으면서 하루에 16시간까지도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 대학 졸업 후 경찰 시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매일 오전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공부하는 한 35살 공시생의 일상도 함께 소개했다. 기사는 “공무원, 디자이너, 언론인이 되기 바라는 사람들부터 심지어 삼성이나 LG, 현대 같은 재벌 대기업에 들어가길 원하는 사람들까지도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많은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썼다. 이 기사에서 미국 스탠포드대 사회학과의 신기욱 교수는 ‘지나친 공부 문화’ 탓에 한국 젊은이들이 진짜 인생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태어나자마자 25~30년 동안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한 젊은이들. 그들은 현실 세계에 발을 내딛은 후에, 인생은 여러 개의 보기 중에 하나의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 살아온 방식, 그리고 학교에서 배워왔듯이 모든 문제에서 명확한 답을 찾으려고 하게 되고, 그러면서 삶의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과연 한국의 하나만의 답 찾기식 공부가 옳은 것인지 미래교사로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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