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4일,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잔인무도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29세 김성수가 21세 아르바이트생 신씨의 안면부와 목 부위에 무려 32차례 자상을 입혀 살해한 것이다. 김성수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동생 옆자리에서 게임하려고 아르바이트생에게 자리에 있는 담배꽁초를 빨리 치워 달라고 했는데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도 치워져 있지 않아 화가 났다"면서 게임비 1000원을 돌려달라고 했으나 돌려주지 않자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이번 사건 직후 김성수 측이 경찰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해 공분은 극에 다다랐다. ‘심신미약’의 사유로 김성수가 감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수는 지난 22일부터 약 1개월간 충남 공주의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고 있다. 이에 ‘심신미약자 감경’을 규정한 형법 제 10조가 이슈로 떠오르며 피의자가 심신미약을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아선 안 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서명이 1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형법 제 10조에는 ‘심신미약으로 인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되어있다. 이는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벌 책임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법에는 구체적 설명이 없어 법원의 판단은 매번 상황에 따라 달랐다. 심신미약 자체보다 범행 당시와 전후 상황을 더 중요하게 봤기 때문이다.

 

▶ 형법 10조에서 이야기하는 ‘심신미약’ 무엇인가?

 형법은 제2장 제1절을 통해 ‘죄의 성립과 형의 감면’을 규정한다. 구체적으로 심신미약과 관련해서는 제10조를 통해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심신장애로 인해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항목이 없어 심신미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론과 판례에 의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법원에서는 조현병, 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치매나 최면상태 등의 의식장애 등도 심신 미약으로 보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음주, 약물중독, 충동장애도 법원에서 심신미약으로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 심신미약 판정은 어떻게?

 충남 공주시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에서 입원 절차를 마친 뒤 보통 2∼3주, 길게는 한 달 정도 정신과 전문의와의 개인 면담이 이뤄진다. 뇌파, 행동검사와 다면적 인성검사도 함께 진행된다. 다른 환자와의 교류 등 감호소 생활도 다양한 각도로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담당 주치의는 정신질환이 있는 척하는 경우를 염두에 두고 관찰해야만 한다. 이후 모든 검사를 종합해 최종적으로 정신감정서를 작성하게 된다. 감정엔 정신과 전문의 7명과 담당 공무원 2명이 심의위원으로 참여한다. 다만 심신미약 판정은 의학적인 판단이며 감정 결과 수용 여부는 재판부의 고유 권한이다.

 

 법정에서 형법상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된다면 형벌을 감경 받아 법정형 범위가 낮아지게 된다. 다만 일반적인 정신병질, 이른바 심신장애 상태에 있다 하더라도 무조건 형벌이 감경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형법상 심신미약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요소인 ‘심신장애’와 심리적 요소인 ‘사물 변별 능력 또는 의사결정 능력의 미약’이 함께 존재해야 한다. 심리적 요소인 후자는 법률적인 사항이므로 법원이 판단한다.

 

▶ 심신미약 감형 사례

 강력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심신미약 판정으로 감형을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8세 여아를 폭행·강간·중상해 입혔던 조두순은 법원에서 검찰의 구형량이 무기징역보다 낮은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다. 검찰은 “조 씨가 술에 취하면 정상적 행동을 하지 않는 자신의 성향을 알면서도 술을 마신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강조했지만 법원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조 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2016년 강남역 화장실에서 발생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모 씨 역시 피해망상 등의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돼 검찰이 구형한 무기징역보다 낮은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이 외에도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등 심신미약 판정으로 범행에 비해 형량이 줄어든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 심신미약을 악용한 범죄를 없애기 위해서는

 현행 형법상 심신미약 감경 규정은 필요적으로 적용하게 돼 있어서 재판부의 재량권이 적다는 한계가 있다. 자의적으로 유발한 음주 등 상태를 심신미약으로 인정하거나 특히 성범죄·아동 대상 범죄 등에서도 심신미약을 감경 사유로 인정하는 법체계 하에서는 비판 여론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여러 형법 및 관련법 개정안들이 통과되지 않은 채 보류되어 있는 상황이다.

 

 한편, 김성수 살인사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김 씨가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받기는 어렵다는 관측을 발표했다. 그러나 김 씨의 동생이 공범 의혹에서 풀려난 점과, 김성수의 구체적인 형량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이번 사건처럼 말다툼 등 시비 끝에 살인한 경우라면 양형기준상 권고형량은 징역 10년~16년이다. 가중요소들이 참작된다면 김 씨는 이보다 높은 1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질 전망이다.

 

 심신미약자의 범죄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국민들의 공분과 불안은 커지고 있다. 헌법 제 10조와 심신미약의 정의에 대한 구체사항을 자세하고 명확히 설정해야 하며 재판부의 재량권을 늘려 죄에 대한 마땅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출처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우울증=심신미약? ‘PC방 살인사건’ 논란 정리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1026500023&wlog_tag3=naver#csidxcc9e504c26f4f9cb69e59aebc6356df

[형 감경사유 논란] “정신병과 심신미약 달라”…‘강서구 PC방 살인’ 감형 어려울 듯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81025000459

[스타투데이] ‘궁금한 이야기 Y‘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조명…표창원 “김성수 동생, 형 제지했어야”

http://star.mk.co.kr/new/view.php?mc=ST&year=2018&no=670572

[모슈] ‘심신미약’ 도대체 뭐길래? 강서구 PC방 사건으로 돌아본 논란들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810251320076316?di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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