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리는 B군이 영화 티켓 2장을 우연히 얻어 그가 마음에 들어하던 A양과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다는 말을 듣는다. 이 사건은 둘의 관계에 어떤 변화를 주게 될 것인가?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영화의 전개 기법들을 통해 이를 추측해보자.

 

 대표적인 영화의 전개 기법은 대부분 복선에 기초를 두고 있다. 복선의 개념은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미리 암시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암시’한다는 것에 있다. 그렇기에 복선은 관객들에게 자신이 복선이라는 점을 알려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B군이 A양과 약속을 잡을 때 날씨가 화창했다면 좋은 결말의 복선이, 천둥 번개가 쳤다면 나쁜 결말의 복선이 될 수 있다. 물론 복선이 논리적으로 결말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나,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A양과 B군의 결말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암시의 수준을 넘어서는 복선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바로 플래그, 쉽게 말하면 떡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이 헷갈리는 복선과 플래그의 차이는 작품 전개의 논리성에서 이것이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B군이 얻은 것이 로맨스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티켓일 경우와 전쟁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티켓일 경우 결말은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 혹은 A양이 영화를 같이 보자는 제안을 수락했다는 것만으로도 해피엔딩의 플래그가 될 수 있다.

 

 어떤 복선이나 플래그가 너무나 자주 사용되어 몇몇 전개 방식은 정형화되어 버리기도 한다. 이를 따로 지칭하기 위해 클리셰라는 용어가 존재한다. 우리의 A양과 B군의 경우에는, B군이 미리 영화 티켓을 2장 사놓고 A양에게 티켓을 얻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다. 어찌 보면 뻔하고, 뒤에 일어날 전개 또한 진부해 보일 수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몇몇 창작자들은 클리셰를 최대한 포함하지 않으려 하거나 일부러 클리셰를 넣은 척 한 뒤 반전을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전개 방식이 클리셰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받았다는 말이기도 한 만큼, 대부분의 작품에 필연적으로 쓰이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말한 복선과 플래그, 클리셰는 후에 일어날 결말을 대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를 빠뜨려버려 노골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전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라고 불린다. 만약 B군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갑자기 엄청난 미남으로 변해버린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B군에게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적용되었나 라고 생각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작품의 초반에 중요해 보이는 목표물을 제시한 뒤, 전개 과정에서는 전혀 쓰이지 않는 복선에 대해 맥거핀이라는 용어도 존재한다. 회수되지 않은 플래그라고도 이해 할 수 있지만 조금은 다른 점이 있다. 만약 B군이 A양과의 약속을 앞두고, A양의 친구 C양에게 조언을 구하다 B군과 C양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B군의 영화 티켓 2장이 이야기의 시발점 말고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할 때 이를 맥거핀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작품의 전개 방식 중 크게 5가지만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소개한 용어들 뿐만 아니라 다른 개념들도 좀 더 파악한다면 작품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작품의 줄거리와 개연성을 파악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영화는 다른 만큼, 러브 액츄얼리 영화 티켓 2장을 미리 산 뒤 날씨가 좋은 날에 약속을 잡았다 하더라도 B군이 해피엔딩을 맞을 거란 보장이 없다는 것만은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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