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에도 울리는 학부모 전화, 선생님의 워라밸은 어디로?

선생님의 워라밸을 지켜주세요!

한밤 중에도 울리는 학부모 전화, 선생님의 워라밸은 어디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된 요즘, 교사들의 휴대전화번호 공개는 일반적인 일이 됐다. 의무는 아니지만 상당수의 교사가 아이들이나 학부모들과의 소통을 위해 학년 초 번호를 공유한다. 하지만 ‘정도’를 넘어서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많은 게 문제다. 교사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학부모와 학생은 어떤 예절을 갖추어야 하는 지 알아보자.

  초등학교 교사 2년 차인 김모 씨(26)는 얼마 전 밤 10시에 잔뜩 화가 난 학부모의 전화를 받고 식겁했다. 퇴근 후 아이와 대화하던 학부모가 아이의 말만 듣고 ‘내 아이가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며 분에 가득 찬 상태로 전화를 건 것이다. 오해였다. 김 씨는 “반 아이가 27명인데 1인당 한두 번씩만 건다고 해도 낮밤으로 전화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며 “퇴근 후까지 이어지는 전화 응대 스트레스 때문에 앞으로 담임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만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도 선생님과의 전화 소통 예절에 대한 개념이 없다. 경기지역 초등학교 교사인 이모 씨(44)는 “카톡 ‘게임초대’에 응해달라는 아이들의 메시지가 수시로 떠서 그러지 말라고 해도 계속 그런다”며 “클래스팅(학급용 SNS)에 매일 숙제와 준비물을 올려놓아도 확인도 하지 않고 개인 카톡으로 ‘숙제가 뭐예요’라고 묻는 아이도 있다”고 전했다.

  번호가 공개되면 자연스레 SNS도 공유된다. 그 과정에서 원치 않는 사생활이 오픈되는 것도 문제. 중학교 교사인 허모 씨(31·여)는 “‘선생님 프사(프로필 사진)보니 푸껫 다녀오셨나 봐요’ ‘남자친구 분 잘 생기셨던데요’라는 말을 들으면 사진 올리는 것도 신경 쓰인다.”고 토로했다. ‘상태메시지’에 ‘쓸쓸하다’고 쓰면, “선생님 헤어지셨나요.”란 인사를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최근엔 업무용, 개인용 폰을 두 개씩 장만하는 교사도 많다.

  교사의 개인번호를 알려주는 것은 해외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아일랜드에서는 학교를 통해서만 학부모의 말을 교사에게 전할 수 있다. 아이가 아파서 결석을 할 경우에도 학교 상황실 역할을 하는 부서를 거쳐야 한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사의 전화번호 공개를 일반화하는 문화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학부모·학생과 교사 간 전화 예절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학생이 지켜야 할 예절은 아래 사진을 참고하자.

<출처:동아일보>
<출처: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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