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오염을 비롯한 쓰레기 오염 심각

 3월 15일 필리핀 정부는 유명 휴양지 ‘보라카이 섬’의 환경 정화를 위해 일시적인 섬 폐쇄 검토 성명을 발표했다. 완다 툴포 테오 필리핀 관광부 장관은 "최종 결정은 환경부 장관에게 달렸지만, 보라카이 섬의 신속한 환경정화를 위해 일시적이고 전면적으로 폐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3월 22일 필리핀 대통령궁의 해리 로크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보라카이 섬의 폐쇄는 이번 여름 기간 동안에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입장을 번복했다. 그렇지만 관광객들로 인한 휴양지들의 환경파괴로 언제든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보라카이 섬: 출처: 네이버 이미지>
<보라카이 섬: 출처: 네이버 이미지>

 28일 방콕포스트는 또 다른 유명한 휴양지, 태국의 피피섬의 ‘마야 베이’를 오는 6월부터 4개월간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을 보도했다. 푸켓에서 동쪽으로 약 50㎞ 떨어진 이 지역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순백의 해변으로 ‘자연이 만들어 낸 낙원’이라 불린다. 그러나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산호초 상당수가 파괴되고 사실상 대부분의 해양 생물이 사라진 상태다.

 보라카이, 태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발리’ 역시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3월 7일 영국인 잠수부 리치 호너 씨가 발리섬에서 20㎞ 떨어진 다이빙 장소로 유명한 만타 포인트에 들어가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수면을 뒤덮은 쓰레기 더미와 물속을 떠다니는 플라스틱 컵, 비닐, 빨대 등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지난해 발리는 ‘쓰레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700명의 청소부와 35대의 트럭을 동원해 대대적인 해변 청소를 벌인 바 있다.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00t(톤)에 이르는 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했다. 

<보라카이 섬, 출처: SBS뉴스>
<보라카이 섬, 출처: SBS뉴스>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3월 9일 한 비즈니스포럼에서 "보라카이는 수채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하수와 쓰레기 문제가 현지 생태계를 파괴하고, 관광객의 건강도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유명 휴양지들은 왜 ‘수채통’이 되어가는 것일까?

 필리핀 환경부의 시마투 장관은 "외국인 관광객이 수질 오염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피부병이 생겼다는 관광객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매일 90t~115t의 고형 쓰레기가 발생하지만, 현지 당국은 30t 밖에 처리하지 못해 나머지 85t는 그대로 방치된다"며 "이 섬의 중앙집중식 자재물처리시설도 쓰레기폐기장이 됐다”고 지적했다.

 보라카이 섬에는 지난해 200만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다녀갔다. 2016년보다 16% 증가했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까지 전년보다 29% 늘어난 26만 2천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이 휴양지를 다녀갔다고 한다. 그 중 한국인은 8만 8천여 명으로 중국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유명 휴양지들의 오염 실태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섬이 감당하기 힘든 관광객을 유치만 할 것이 아니라, 수입이 줄더라도 적정 관광객을 유지하고 자연을 보존하는 일에도 힘써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주도’의 예를 들 수 있다. 1500만 명이 방문하는 제주도도 그런 면에서 적정 관광객 수를 유지하고 자연 자원을 관리, 보존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제주도도 이미 연안 앞바다가 사막처럼 변하는 갯녹음(백화) 현상이 심각하다고 한다. 자연은 훼손해야 할 대상이 아닌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춘천교대 신문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