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리스를 통해 본 인간에 대한 비판과 성찰

 

 

이혜진

 

1.서론

SF 영화나 과학 소설을 좋아했던 나는 어렸을때 화성침공이라는 영화를 보고서 외계인은 악하고 인간을 파괴하려고 하는 인간의 적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외계인은 항상 인간에게 어울릴만한 존재로 나오지 않았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외계인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거부감이 들고 언젠가 외계인이 지구를 멸망해 버리려고 하지는 않을까?하며 두려워했던 어렸을때의 기억이 난다. 성인이 된 지금까지 외계인이라는 존재는 항상 그런 식으로 생각해왔다. 이와 반대로 솔라리스는 외계인을 인간 중심적 생각에서 벗어나서 생각했다. SF영화에서 흔히 외계인은 먼저 인간과 접촉을 시도한다. 하지만 솔라리스에서는 인간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솔라리스는 인간과 접촉하려고 하지도 않을 뿐더러 인간에 대해서 무관심적이다. 미지의 행성인 솔라리스는 인간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반응이나 답을 주지 않는다. 인간이 단지 일방적으로 솔라리스를 탐험하고, 연구한다. 인간에게 아무런 해도 도움도 주지않는 솔라리스를 인간은 귀찮게하고, 괴롭힐 뿐이다. 인간은 몇세기 동안 진행된 연구에도 불구하고 솔라리스를 완벽히 정의내릴 수 없었다. 역으로 솔라리스는 인간의 잠재의식을 파고들어 가장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며, 인간의 본질과 본성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솔라리스의 탐구로 인간들은 점차 동요하게 되고, 인간 자신에 대한 고찰과 비판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결국 솔라리스에 대한 탐구가 인간 자신의 탐구로 다시 되돌아 오게 된 것이다. 그를 통해 인간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성찰과 인간의 한계점을 보게 된다. 과연 솔라리스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한계와 비판은 무엇일까
2.본론
(1) 인간에 대한 비판 - 인간 인식의 한계

솔라리스는 인간에게 인간 무의식 속에 있던 기억을 되살린 실체를 인간 각자에게 보낸다. 이는 솔라리스가 기억 속에 존재했던 실체를 보냄으로써 인간의식 속에 영원히 잠들어서 인간을 괴롭히던 기억을 되살리고, 그것을 깨부숨으로써 인간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고 그 한계를 타파할 수 있는 잠재력을 주기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솔라리스에서 켈빈은 솔라리스가 보낸 레아라는 존재를 자신과 떨어뜨려보기도 하고, 레아는 자살을 택하기도 하지만 결코 둘은 떨어질 수 없다. 이 레아라는 존재는 켈빈이 자신의 잠재의속 속의 레아를 완전히 떨쳐버리기 전까지는 기억 속의 레아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솔라리스가 보낸 물질화된 레아 또한 자신의 기억의 레아를 지우지 않는 한 사라지지않는다.
이것은 바로 인간의 한계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문화와 자라온 환경, 습관, 성격 등에 의해서 결정되곤 한다. 서양인과 동양인의 관점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나와 타인의 생각이 다른 것처럼, 우리는 자기 자신 만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믿음으로부터 탈피하기 힘들다. 이것은 켈빈에게 레아라는 존재처럼 인간에게 무의식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다.
또한 레아라는 존재는 인간에게 트라우마 같은 존재로 해석될 수 있다. 인간의 정신세계는 사실과 그 사실에 대한 감정이 공존한다고 한다. 사실적인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해소되지만 감정적 기억은 그 감정이 해소되기 전까지 없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감정적 기억을 되풀이하는 것을 회피함으로써 언제나 기억 속에 트라우마라는 외상을 지닌 채 살아가게 된다. 이 레아라는 존재는 인간에게 정신적 외상과 같은 트라우마로 존재할 것이다.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사고 또는 그들의 물질적 실체를 파괴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사고를 파괴할 능력은 없다. -중략- 1)
1) 스타니스와프 렘, 『솔라리스』, 김상훈 옮김(멜라스, 2008), 189쪽
이 구절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우리는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제대로 파악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잠재의식 속의 경험과 믿음을 바탕으로 사물을 파악하기 때문에 사물의 본질과 본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이것은 인간 인식의 한계이다. 솔라리스는 이러한 인간 인식의 한계를 우리 자신에게 보여주고 있다. 솔라리스는 인간이 이 레아와 같은 사라지지않는 존재인 인간 각자의 기억과 신념들을 영원히 파괴할 때만이 자신의 한계를 타파할 수 있다고 말한다.

(2) 인간에 대한 비판 - 인간 중심적 사고
 
인간 인식의 한계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상충한다. 제국주의 시기에 많은 인간들이 자신보다 미개하다고 생각되는 아시아, 아프리카인등을 정복하면서 자신의 존재에 우월성을 강조하고, 자신의 존재를 강화해온 것처럼, 솔라리스는 인간이 또한 자신의 존재성을 입증하고 인간의 위대함을 확인하고 싶어하기위해 우주로 진출했다고 말한다.

           다만 우리를 비출 거울이 필요할 뿐이야. -중략- 우리는 지구 문명보다 더 완전하고 우수한 문명을 가진 세계를 찾아 우주로 나가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미개했던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는 존재를 찾아 헤매고 있는 거야. -중략 2)

위의 구절처럼 인간은 영화 '화성침공', '우주정복'과 같은 영화에서 나
오는 외계인처럼 미계한 외계인들을 발견함으로써 외계인 보다 더 고
상한 자신을 입증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인간에 대한 우월성과 인간 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솔라리스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솔라리스를 탐구하는 인간의 이러한 무의식적인 조건이 솔라리스와 인간 사이의 대화를 단절하게 만든다. 미지의 생물체에 대한 탐구를 위해 그들은 자신의 방법으로 '솔라리스의 바다'와 대화를 시도한다.

 

2) 같은 책, 105~106쪽

여기서 대화란 인간의 관점이다. 인간은 '솔라리스의 바다'를 자신의 방법대로 해석하고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이것은 갓난아기에게 말을 시키는 것처럼 솔라리스에게서 아무런 반응이나 상호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 인간들의 의사소통은 반응을 주면 그에 맞는 반응을 나타내는 것이다. 하지만 솔라리스의 의사소통은 전혀 인간의 예측에 맞지 않고 상호작용도 되지 않는다.
인간의 예상과는 다른 방응에 인간들은 점차 동요하게 되지만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끝나지 않을 실험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 진화론과 같이 인간 중심에 입각한 탐구방법은 솔라리스의 바다를 탐구하는데 있어서도 등장한다.

             그것을 지구 바다의 간만 작용과도 비교될 수 있는, 일종의 거대한 파도의 집적체로 간주한 것이다. 실제로 그의 저작 초판본을 보면, '신장물'은 단순히 '조수'로 명기되어 있다. 그가 당면한 딜레마만 아니었다면 이런 지구 중심적인 태도는 조롱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터였다. 3)


         '의태를 위해서 보면 지구의 도시를 연상하게 되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가 경험한 범위 내에서 유사한 현상을 찾아내 비교하려는 인간의 강박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4)

이 두 구절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인간은 솔라리스를 인간에게 익숙한 사물에 빚대서 표현하고 이해하고자 한다. 솔라리스의 '바다'라는 것도 사실은 인간에게 익숙한 바다라는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정의를 내린 인간 중심적 사고를 나타나고 있다.
인간은 자기 중심적인 가치를 우주에 부여함으로써 자신의 방법과 가치관을 가지고 상대를 파악하려고 한다. 하지만 솔라리스는 결코 인간의 방식으로는 풀 수 없다. 인간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솔라라스를 보면서 자기 자신의 한계를 느낀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만약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게 된다면 인간이 중심이고 우주의 최고라는 사상이 전혀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3) 스타니스와프 렘, 『솔라리스』, 김상훈 옮김(멜라스, 2008), 159~160쪽
4) 같은 책, 162~163쪽
     -중략- 자네는 이 비인간적인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인간적으로 행동하고 노력하고 있어. 고귀한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무익한 짓이야. 5)

     -중략-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는 인간 사회의 윤리 따위는 아무 소용도 없어 . 6)

이 구절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우주 속에서는 그 우주만의 법칙과 중심이 있다. 인간이 지구와는 다른 미지의 세계에서 인간의 윤리와 사회를 찾는다면 시행착오를 겪게됨은 뻔하다. 남을 대할때 나의 관점만을 요구해서는 안되듯이 미지의 상대인 솔라리스를 탐구할때 또한 솔라리스의 관점에서 보는 방식이 필요하다. 자신의 중심에서만 사물을 파악하다면 판단의 착오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결국 인간은 솔라리스를 파악하지 못하고 만다. 그렇다면 솔라리스를 탐구하면서 얻은 갖가지 이론과 학문들의 어떻게 될 것인가? 결국 솔라리스학문은 진위 여부를 파악 할 수 없는 온갖 가정의 집합체로써 인간에게 그 어떠한 이익도 줄 수 없는 학문이 될 것이고 퇴보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지금 배우고 있는 많은 과학 지식들이 솔라리스학과 마찬가지로 불완전하고 인간 중심적인 이익을 반영하는 산물이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중세시대에 인간 중심적인 사고의 예라 할 수 있는 천동설이 후에 거짓이라고 판명 난 것처럼 솔라리스는 우리가 지금 배우는 수많은 과학 지식과 모든 상식들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잘못된 인식에 주의를 주고 있다.

(3) 인간 자신에 대한 인식

이러한 인식의 한계는 비단 솔라리스를 파악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곁에 항상 있는 존재.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믿는 존재에 대해서도 막연하다. 켈빈이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레아를 몰랐던 것처럼, 우리 또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이웃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켈빈이 생전에 가장 약한 존재로 파악하고 절대


5) 같은 책, 214쪽
6) 같은 책, 216쪽
자살을 선택할 수 없다고 믿었던 레아는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이렇듯 켈빈은 그녀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했고, 결국 끝까지 파악하지 못한 채 끝이 난다. 두 번째 돌아온 레아조차 그는 정말 이 레아가 예전에 죽은 레아인지 아닌지. 아니라면 이 존재는 과연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한다. 결국 이 레아 조차 펑하고 사라지고 만다.
동양철학에서는 소우주라는 말이 있다. 소우주란 우리 인간하나가 작은 우주를 이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이것은 인간이 솔라리스라는 대우주를 파악하려는 모습과 켈빈이 레아라는 소우주를 파악하려는 모습은 궁극적으로 같다고 볼 수 있다. 솔라리스는 결국 우리에게 솔라리스에 대한 탐구보다는 나와 더 가깝고도 먼 우리 이웃을 탐구하는데 공을 들여야 하지 않겠냐고 묻고 있는 건 아닐까?

                "제군들이 서로를 이해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솔라리스의 바다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가?"  7)

이 구절은 우리 옆에 항상 있는 존재를 우리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솔라리스를 이해하려고하는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온 우주를 통 털어 우리는 결국 내 옆에 사람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갓난아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남들 이전에 우리자신 또한 잘 알고 있는 것일까?

              인간은 자기 마음속에 있는, 굳게 닫힌 문 뒤에 존재하는 어두운 미로와 비   밀스런 장소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세계와 다른 문명을 이해 하려고 우주로 진출했다. - 중략- 8)

이 구절에서 보면 인간들은 인간 자신의 모습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의 존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인간이 인간자신을 넘어 광활하게 존재하는 우주의 법칙과 우주 속에 내제하
는 성격을 파악하려고 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는 것이다.
  


7) 스타니스와프 렘, 『솔라리스』, 김상훈 옮김(멜라스, 2008), 34쪽
8) 같은 책, 222쪽

     내가 바로 그 이질적인 물질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희미한 연분홍색 반점이 지구의 공기에 비하면 불투명해 보이는 매체 안에서 나를 감싸며 떠돌고 있었다. 9)

이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은 자기 자신조차 분열되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마음속으로 수없이 많은 생각과 잡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무수한 관념들 속에 인간은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처럼 솔라리스는 인간은 자기 자신조차 올바로 파악할 수 없을 만큼 인식의 한계를 가진 존재라는 것을 계속해서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솔라리스는 인간에게 자기 자신의 소우주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이 분열되는 것을 느끼면서 어떻게 다른 사물을 올바로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겠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결국 솔라리스는 인간이란 인식의 한계를 가진 존재로써 대우주라는 솔라리스를 파악하기 전에, 타인, 결국은 자신까지 모르는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3. 결론

솔라리스는 인간에게 인간의 취약한 부분을 실체로 보여주고, 인간이 그 실체에 대응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작고 나약한 부분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인간의 모습은 초라하고 작은 모습이다. 결국 솔라리스는 그동안 인간이 우주의 최고라고 생각했던 자만심과 자신감에 찬 모습들을 비판한다. 솔라리스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구할때 말고도 인간은 지구의 자연, 자원, 동물들을 자신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인간 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대했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자원을 남용함으로써 많은 것들을 파괴해왔다. 솔라리스는 인간의 이러한 안하무인식 행동을 비판하고 인간에게 대우주인 솔라라스를 탐구하기 전에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비판하고 성찰하라고 주의를 주고 있다.
 
9) 같은 책, 249쪽

솔라리스를 보면서 우리 인간들은 완벽한 존재가 아닌 불완전하고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게 해준다. 이 광활한 대우주 속에서 인간은한없이 작은 존재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탐험심, 모험심, 호기심과 같은 요소들을 모두 그만두라는 메세지를 의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인간은 남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을 알아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할때 우리는 전에 몰랐던 나 자신의 모습들을 많이 발견하고 놀래기도 한다. 이처럼 남을 알아가는 과정은 남을 알아가고 또한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솔라리스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인간 자신의 한계와 인간 자신에 대한 성찰을 이룰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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