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현장실습, 실습을 빙자한 목숨 건 노동착취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습을 빙자한 목숨 건 노동착취 -

  지난해 5월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특성화고 졸업생이 사망했다. 이어 올해 1월 통신사 고객센터 해지방어 부서에서 일하던 전북 전주의 특성화고 학생이 자살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채 1년이 되지 않아 또 다른 학생이 희생되었다.


 11월 19일 제주도의 한 특성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3학년 이민호 군(18)이 숨졌다. 11월 9일 제주시의 음료 제조업체 ㅈ공장에서 이민호 군은 압축포장 기기가 작동하지 않자 이를 확인하러 기계에 들어갔다가, 나오려는 순간 기계가 다시 작동되어 압착기에 몸 일부가 눌렸다.사고 발생 열흘 만에 숨진 것이다.
 
 당시 학교와 업체는 현장실습 기간과 장소,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표준협약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업체는 표준협약서 이외에 이군과 근로계약서를 따로 작성하기도 했다. 표준협약서에는 실습생인 이 군이 일주일에 40시간 넘게 일을 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었지만, 이 군은 12시간 넘는 근무를 예사로 했다. 기계 고장이 잦아 잔업을 많이 했고, 제품의 발주량을 맞추기 위해서 라면 하나로 끼니를 때우며 야근을 했다. 사실 이번 사고는 이군의 세 번째 사고다. 앞서 두 차례의 사고들이 있었지만, 업체와 학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LG 유플러스 해지 방어 부서에 근무했던 전주 특성화고 홍수연 양의 죽음 역시 현장실습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홍 양이 자살한 유서에는 ‘해지를 많이 해 줄 경우 윗사람으로부터 질타를 받습니다.’ ‘추가 근무수당 역시 지급되지 않습니다.’ 라고 적혀있다.

 현장실습의 해당 업체들, 경찰, 학교 관계자들은 죽을 만큼 힘들었으면 그만두지 왜 자살했냐고 하지만 현장 실습을 나가는 학생들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회식이면 나이 많은 직원들에게 폭행과 협박을 당하고 담임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선생님은 업체 직원에게 고자질을 했다. 전주 홍 양의 특성화고 학교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취업률 100%를 달성하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현장 실습을 강요한다. 그 취업률이 선생님들의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열악한 여건에 학생들을 내보내야 하는 현실을 고발한 선생님들도 있었지만 힘든 환경에 힘들어하는 현장실습생들에게 선생님이 보낸 단체 문자의 내용은 이랬다.

<출처: SBS 그것이 알고싶다.>

 취업률 100%라는 학교의 이미지, 선생님들의 성과주의, 학교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생들을 절벽으로 내몰고 있는 실정이었다. 심지어, 학교에서는 현장실습을 포기하고 학교로 돌아오는 학생에게는 ‘빨간 조끼’를 입혀 학교 봉사를 시켰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탓으로 돌리고만 있었다.

 ‘현장실습’은 특성화고 조기 취업 형태로 학생들이 기업에 6개월간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잇따른 현장실습생들의 죽음은 현장실습 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집약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취업률 제고를 위한 조기 취업을 비롯해 전공과 무관한 현장실습 업무, 안전 관리에 소홀한 실습 업체와 관리 감독에 무심한 교육 당국의 모습이 종합적으로 얽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안전기지로 작용해야 할 ‘학교’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나. 전문가는 학교가 ‘거대한 불법 파견 업체’로 전락했으며 현장실습이 비정규직으로 진입하는 창구가 되어버렸다고 했다. 또한 영세 업체들은 더 싼 인력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민호 군의 사건이 터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안을 내놓았다. 내년부터 직업계고의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 현장실습은 ‘노동’이 아닌 ‘학습’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장 실습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대책을 세운 것인데 특성화고 학생들은 갑작스런 현장 실습 폐지에 취업이 어려워질까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자신의 안전보다 취업을 걱정하는 학생들의 모습, 특성화고는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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