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음악교육과 16학번 윤영지입니다.

2. 이번 석우학술문학상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일단은 너무 감사하죠. 사실 상을 받고 싶어서 글을 낸 건 맞지만, 대상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상이라 아직도 약간은 얼떨떨하네요. 또 이렇게 제가 쓴 글을 바깥에 꺼내놓은 게 처음이에요. 제 글이 이렇게 많은 분께 읽히는 것도 처음이고요. 그래서 조금 떨리고 한편으로는 조금 두렵기도 했는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상을 받고 나서 주변에서 글 보내줄 수 있냐고 물어보시기도 해서 쑥스럽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웃음)

3. 수상작 ‘자유로운 바람은 아픈 향수를 피어나게 한다.’를 아직 접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이 소설은 읽기 전에 ‘고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시면 좋을 것 같아요. 현실의 고향, 마음의 고향, 그리고 고향의 부재와 상실과 같은 모티브를 생각하면서 글을 썼어요. 어린 시절 ‘동백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만난 상우와 채영이 서로의 첫사랑이 되지만 채영은 자신을 억압하는 가정폭력을 피해 서울로 도망가게 되고, 이후에 상우가 기억을 더듬어가며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을 떠났던 첫사랑 채영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4. 작품은 ‘채영’의 기억과 현재의 삶, 그리고 그 기억 속의 ‘채영’을 찾아 헤매던 ‘상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이러한 점들이 작품의 제목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혹은 제목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해요.
 앞서 말씀드린 현실의 고향, 마음의 고향, 고향의 부재와 상실에 연관 지어 설명해드리자면, 채영은 현실의 고향을 스스로 버린, 그리고 동시에 현실의 고향으로부터 버림받은 인물이에요. 채영은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해서 고향에서 도망쳐 나왔고, 동백리 사람들은 채영의 아버지가 죽은 이후로 채영에 대한 모든 것을 잊어버림으로써 결국 채영을 버리게 되죠. 채영은 이렇게 현실의 어느 곳에도 안주할 곳이 없게 되어버려요. 결국, 현실을 피해 도망친 곳이 바로 지하, 가게죠. 또 채영은 마음의 고향도 없는 상태에요. 상우가 채영의 첫사랑이긴 하지만 가게에서 일하며 결국은 동백리에서 있었던 모든 것들을 지워버리게 되죠. 그렇게 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고 결국 부유하게 된 인물이에요. 그냥 작은 꿈을 가슴에 품은 채로 하루하루 지하에서 손님들을 받으며 지내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상우는 마음의 고향을 찾아 현실의 고향을 떠난 인물이죠. 사실 상우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여기저기 돌아다녔기 때문에 현실의 고향이랄 곳이 없어요. 고향으로 상우를 받아준 공간도 없었죠. 그런 상우에게 마음의 고향이 되어준 사람이 바로 채영이에요. 사실 이 부분을 소설에 명확하게 서술하지는 못했는데, 상우에게도 결핍을 하나 주려고 했어요. 그 결핍을 채영이 해소해주게 되고, 그때부터 상우가 채영을 자신의 마음의 고향으로 삼게 되는 걸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하려다 보니 상우가 주인공인지 채영이 주인공인지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상우가 동백리에 처음 와서 이방인으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지낼 때 채영이 마음의 고향이 되어줌으로써 상우의 곁을 채워준다, 는 식으로만 풀어낸 것 같아요. 아무튼, 그래서 상우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적지는 못했지만, 상우에게 현실의 고향은 없고, 마음의 고향인 채영은 어느 날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져버립니다. 그리고 상우는 그 마음의 고향을 찾아서 방황하게 되죠.
  다시 제목으로 돌아와 보자면, 그렇게 자신의 과거를 현실에 묻어두던 채영에게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상우가 다시 찾아오게 되고, 그로 인해 잊어버리고 있던 채영의 아픈 기억들이 피어납니다. 제목에 나온 ‘자유로운 바람’은 상우, 혹은 상우가 채영에게 가져온 고향의 기억들을 의미하고 ‘아픈 향수’는 채영이 잊고 살고 있던 채영의 과거를 의미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소설에 보면 ‘향수’라는 단어가 되게 많이 나와요. 제목에도 있죠. 이 단어가 동음이의어가 있는데, 우리가 몸에 뿌리는 ‘향수 香水’와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뜻의 ‘향수 鄕愁’가 있어요. 제목에서는 이 단어를 사용해서 두 가지 의미를 모두 전달하고 싶었어요. 고향에 대한 그리움, 기억의 향수, 두 가지 의미로. 어떻게 보면 제목에서부터 채영과 상우가 만난다는 것이 드러나는 셈이죠.

 

5. 작품의 소재나 주인공들을 정하실 때, 영감을 주었던 것이나 모티브가 된 것이 있으신가요?
 이 글을 맨 처음 구상하고 초고를 쓴 계기가 제 친구들과 같이했던 글 모임이었어요. 그 글 모임에서 매주 한 명씩 돌아가면서 주제를 내면 그 주제로 글을 썼는데, ‘연어의 회귀’라는 주제가 나왔어요. 그 단어를 가지고 고민을 하다가 연어는 알을 낳으러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떠올렸죠.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올 때 고향 하천에서 나는 물 냄새를 찾아간대요. 그런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연어와 고향, ‘향수 香水’와 ‘향수 鄕愁’ 이 네 모티브를 떠올리고 이 모티브들로 글을 썼어요. 이 글의 초고도 제목이 ‘연어의 회귀’였어요.

 

6. 작품의 주인공 ‘채영’의 고향이 ‘부산 동백리’인데, 이곳이 배경이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웃음). 사실 제 소설 속 ‘동백리’가 진짜 있는 공간은 아니에요. 처음에 그냥 한국 어딘가에 있는 정말 작은 시골 동네로 생각하고 뭔가 시골 느낌이면서도 아기자기한 이름으로 지으려고 생각하다가 ‘동백리’로 지은 거거든요. ‘동백리’가 있는 곳도 부산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근데 이 질문을 받고 나서 찾아보니 부산에 진짜 ‘동백리’가 있네요. 신기해라. 아마 제가 인용한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가사에 ‘부산’과 ‘동백꽃’이 나와서 ‘동백리’가 부산 ‘동백리’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이 ‘부산 동백리’를 배경으로 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웃음). 이렇게 찾고 보니 진짜 신기하네요.
 ‘동백리’를 배경으로 했던 가장 큰 이유는 현실에 존재할 것 같으면서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현실과 동떨어진 꿈과 같은 공간을 만들어내려는 것이었어요. 배경이 ‘동백리’에서 포항으로, 그리고 서울로 이동하잖아요. 이런 배경의 이동을 통해서 점점 가상의 공간에서 현실적 공간으로 이동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꿈과 같았던 어린 시절과 첫사랑의 기억, 그리고 어른이 되면서 채영과 상우가 꿈을 벗어나고 현실로 들어서는 모습, 그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7. 이번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려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궁극적 메시지....... 라고 하니까 뭔가 되게 엄청난 것 같네요. 사실 그렇게 대단한 메시지를 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제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글을 쓴다기보다 제가 평소 생각하고 있는 것, 제가 추구하는 것을 새로운 방법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글을 쓰거든요. 이 글을 통해서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제 생각은 ‘무엇이 나를 진짜 나로 만드는가’였던 것 같아요. 나를 낳고 기른 내 ‘현실의 고향’인지, 내가 끝없이 추구하고 방황하게 만드는 ‘마음의 고향’인지. 내 주변이 나를 진짜 나로 만드는 것인지, 내 선택이 나를 진짜 나로 만드는 것인지. 우리 모두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잖아요?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요.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면서 살아가기도 하죠. 이렇게 우리는 우리 주변과 우리의 의지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진짜 우리로 만드는가? 저는 자신의 선택이 자신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이 소설에서도 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상우가 채영을 사랑하기 때문에 채영을 찾아야만 한다고 결론을 내린 것처럼, 채영이 자신을 찾아온 상우를 따라가지 않고 상우가 다시 떠나도록 내버려 둔 것처럼, 채영이 자신의 옛날 옷을 태운 것처럼 우리를 만드는 건 우리의 선택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누군가 알려주거나 만들어주거나 골라준 것이 아닌, 내가 우리 주변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나 자체로서 존재할 때 나는 비로소 내가 된다. 뭐 그런 걸 쓰고 싶었어요. 그게 제 미숙한 글에서 잘 드러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8. 평소에도 글쓰기를 즐기시는 편인가요? 그렇다면 이번 작품처럼 주로 소설을 쓰시는지, 시나 수필 등을 쓰시는지 궁금해요.
 평소에도 글을 써요. 쓰고 싶어 하기도 하고요. 요즘은 너무 바쁜지라 글 쓸 시간이 없었는데, 좀 한가할 때는 계속 글을 썼어요. 지금도 컴퓨터에 보면 이전에 썼던 글들이 몇 개 있어요. 근데 이렇게 긴 소설은 이번에 처음 써봤어요. 이전까지는 짧은 시나 에세이, 수필을 주로 썼었어요. 소설도 몇 번 도전해봤는데 결국 마무리 짓지는 못했죠. 컴퓨터에 폴더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 쓰다가 만 소설들이 몇 편이 있어요. 언젠가 다시 써보겠노라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그때의 감정들이나 생각들이 지금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서 이후에도 다시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두세 페이지짜리 짧은 소설은 가끔 썼어요. 그러다가 이번에 석우학술문학상이 기회가 돼서 이전에 썼던 작품들을 수정하고, 모자란 부분을 채워 넣고 하면서 이 ‘자유로운 바람은 아픈 향수를 피어나게 한다.’가 나오게 됐습니다.

 

9.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우선, 제 글을 좋게 봐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제 글이 한참 모자란 글이라고 생각 했는데 여러분들 덕분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앞으로 힘이 닿는 만큼 글을 써볼게요. 그리고 저에게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이상신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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